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해 9월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를 두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일 외교에서 지켜야 할 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일갈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웬만하면 입 닫고 있으려 했는데 한심해서 한마디 한다”며 이렇게 적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실이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한다”며 “과거사에서 일본이 가해자, 우리가 피해자였다는 역사의 진실은 변할 수 없다. 피해자가 왜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나. 가해자가 피해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일본은 강제징용, 강제노동의 ‘강제성’조차 부인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상황을 피해자가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도시켜 놓고 이것을 외교적 성공이라 자랑하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방일 기간 일본 시민들의 박수를 받은 점 등을 언급하면서 “이 정도면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대일 외교를 하는 데 있어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허구한 날 일본의 사과와 배상에 매달리는 것은 저도 찬성하지 않고,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관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과 상충되는 문제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역사의 진실마저 부정하려는 일본에게 저자세를 취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독도, 위안부, 강제징용,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등 주권과 역사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단호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그게 순국선열의 혼에 부끄럽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일외교에서 지켜야 할 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며 “우리가 그 선을 지키고 일본도 그 선을 지킬 때 비로소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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