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5일 당 혁신기구 위원장에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철회 요구가 빗발치면서 혁신기구가 출범하기도 전에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의 혁신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이래경 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 위원장은 대학생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두차례 제적됐고, 이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한반도재단 운영위원장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경기연구원에 재직하기도 했던 그는 2019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무죄를 탄원했던 ‘경기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 제안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한겨레>에 “이 대표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만 친명계는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잘못하면 채찍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못된 관행을 끊어내지 못한 것이 민주당 위기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며 “구국의 심정에서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며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쇄신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도 입길에 오르면서 자격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이라며 천안함 조작설을 제기했고,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천안함 조작설’에 대해 “가설의 예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코로나19의 진원지도) 외국 기사를 소개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론과 다소 동떨어진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에 당 지도부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 내외적으로 썩 좋은 흐름이 형성된 것 같지는 않고, 이런 상황에서 계속 끌고 가는 게 맞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비명계를 중심으로 즉각 철회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미 언론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도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며 “오히려 혁신 동력을 떨어드리고, 당내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할 뿐”이라며 즉각적인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당내 논의도 전혀 안 됐고 전혀 검증도 안 됐으며 오히려 이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는 기대할 것도 없다”며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쇄신한다던 민주당표 혁신의 방향이 고작 (이 이사장이 주장한) ‘이석기 석방’, ‘천안함 음모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인가”라며 “이 대표는 ‘국민의 편’이 아닌 ‘내 편’을 선택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고이고 고여버린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상식 밖의 언사를 공공연히 내뱉는 편향적 인사가 도대체 어떻게 당내 혁신 동력을 끌어낸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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