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오는 8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전망이 커지면서, 소강기에 접어들었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부상하고 있다. 2019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해 쌍방울그룹이 대신 북쪽에 돈을 보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인데,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핵심 진술이 검찰발로 흘러나오자 ‘영장 청구가 머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방탄정당’의 혐의에서 겨우 빠져나온 민주당은 다시금 검찰과의 수싸움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예감이 좋지 않다. 검찰이 결국 우리 당을 시험에 들게 하지 않겠나.” 20일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원지검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민주당은 검찰이 8월 중 이 사건으로 이 대표의 영장을 청구할 거라고 보고 있다. 앞서 19일 <조선일보>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방북 비용 대납을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도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를 즉각 ‘조작 수사’라고 규탄했지만, 검찰의 영장 청구에 따라 ‘이재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28일 7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8월16일부터 열리는 결산국회까지 국회는 보름가량 휴회한다. 비회기인 이 시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 대표는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계획이다. 오는 25일 이 전 부지사의 공판이 예정된 만큼 이 대표 쪽은 검찰이 그 후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고 8월 중 영장을 청구할 걸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회 회기중인 다음달 16일 이후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선언했지만, 헌법 44조에 따라 회기중 국회의원에겐 불체포특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때 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가 체포동의안 표결에 나서야 한다. 당내에선 계파와 무관하게 검찰이 이 시기를 노려 야당을 자중지란에 빠트릴 거라고 보고 있다.
비이재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검찰의 행태를 보면 휴회 기간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다”며 “8월16일 이후 체포동의안을 내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또 한번 시험의 잣대에 오르게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이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망신주기식 여론몰이를 하려고 하면 십중팔구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며 “국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나와서 구속영장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민주당에 내분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나서야 할 경우 원내 표결 전략을 짜야 할 원내지도부 역시 벌써부터 고민이 깊다. 앞서 의원총회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인 경우’에 한해 조건부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만큼 이 잣대를 이 대표에게도 적용할 건지, 적용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정당성’을 판단할지 모두 숙제로 남은 까닭이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민에게 한 약속은 지켜야겠지만 이 대표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론은 어떤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텐데 참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져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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