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팜민찐 베트남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원으로 활용되는 해외 노동자 송출과 불법 사이버 활동의 차단을 위한 공조에 협력해달라”고 했다. 무기 거래를 논의하기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계획을 겨냥한 대러 강경 메시지이자, 대북 봉쇄·압박을 부각한 발언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사이 신냉전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비공개 시간에 “어떤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 거래 금지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회원 정상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 앞에서 거듭 “국제사회가 단합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중국·북한과 첫 연합훈련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온 직격 메시지였다.
이번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는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 뒤 열린 첫 다자회의로 대북 메시지 수위에 눈길이 쏠렸다. 윤 대통령은 각종 회의와 양자 회담 계기에 거듭 한·미·일 3국 협력 필요성을 부각하며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한·미·일 3국은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 구조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조율하고, 신규 협력 분야를 발굴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한·미·일 만능론을 폈다. 아울러 미국식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하는 한국의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언급하며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아세안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인도·태평양 지역 번영에 필수적”이라며 사실상 중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미·일 3국 협력처럼 한·일·중 3국 협력도 활성화해야 한다”며 연내 한·중·일 3국 회의 개최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은 차기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국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 속 중립지대를 표방하는 아세안 국가들과 북·중·러 연대 당사국인 중국 앞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한·미·일 만능론과 대북·대중·대러 압박 메시지는 앞으로 북·중·러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한국 대사는 이날 한겨레에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데, 북·중·러와의 대립의 시대도 열렸다”며 “한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비핵화, 평화 정착, 통일 추구 등의 의제를 추구하려면 중·러와의 관계를 도외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자카르타/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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