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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한·일 과거사 대응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외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대응 예산을 올해 2억6900만원에서 2024년도에는 1억5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위안부’·원폭 피해자·강제동원 피해자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미해결된 과거사 문제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국제법적 대응 논리 마련에 쓰이는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위안부·원폭 피해자·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연구에 들어가는 예산이 1억62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법적 대응 논리 개발’을 위해 민간 전문가 자문에 배정됐던 예산은 9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었다.

한·일 청구권 협정 대응 관련 예산은 문재인 정부 시절 박근혜 정부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다시 박근혜 정부 시절 수준으로 회귀했다. 2017년도 예산안에서 1억600만원이었던 해당 예산은 2018년 1억5000만원으로 늘어난 뒤, 2021∼23년도 예산안에는 2억6900만원으로까지 확대됐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교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한일 간 과거사 대응 관련 ‘올바른 역사인식 구축 노력 및 과거사 현안 진전 도모’를 위한 예산도 올해 14억2600만원에서 8억4400만원으로 40% 이상 삭감했다.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 중인 사도 광산 대응 관련 예산도 2053만원에서 176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외교부 전체 예산은 4조2895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12.8%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서둘러 마무리한 뒤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관련 예산도 크게 삭감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청구권 협정 관련해 국제법적으로 검토할 수요가 줄었다”며 “총액은 유지하되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삭감된 예산은 해양법 관련 예산에 재분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사에 대한 한·일간 인식차가 큰 상황에서 관련 예산 삭감이 정부 대응 능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홍근 의원은 “피해자들이 반대하는 제3자 변제 방안만 내어놓은채 일본을 상대로 한 과거사 대응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한·일 관계 복원과 별개로 향후 남은 협상을 위해서라도 우리 측 논리를 마련해놔야 한다”라고 우려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