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째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지난달 31일부터 단식 중인 이 대표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만큼, 단식을 멈추라는 요청이 여당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전체 의견을 모아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의총 뒤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찾은 의원단은 “대표님의 단식 중단이 모두를 위한 길이다. (단식을 중단해도) 저희는 오히려 결속해서 힘있게 싸우겠다”(박광온 원내대표)는 뜻을 전했다. 앞서 12일 4선 이상 중진의원, 13일 초선의원들에 이어 이날 3선 의원들도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뜻을 접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가까운 이들에게 “병원에 실려 가더라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여권에서도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처음으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기를 정중히 요청한다”며 “거대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가 정부의 국정운영을 점검하고 내년도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하는 중차대한 정기국회 시기에 단식을 계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15일째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찾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김 대표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그간 김 대표를 비롯한 여당에서 이 대표의 단식을 ‘단식쇼’라고 하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는데, 메시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이날 ‘여당이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찾을 계획이 있는가’란 기자들의 물음에 “현재로서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기류를 뒷받침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도 이날 한겨레에 “(이 대표의 단식이) 대정부 투쟁인지, 대내(당내) 투쟁인지 요구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상황 자체가 통상적이지 않다”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한편,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소환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국회 본회의 일정은 18일·20일·21일 확정돼 있고, 필요에 따라 25일도 열 수 있도록 여야가 잠정 합의한 상태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과 법무부, 대통령실을 거쳐 국회에 체포동의안의 형태로 도착하기까지 통상 사흘은 걸리기 때문에 현시점에선 빨라도 20일에야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일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어, 검찰이 이날을 피해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경우 18일 영장 청구, 21일 본회의 보고가 유력하다. 한편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 일정이 추석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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