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11일째인 10일 국회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자리에 누워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에 출석해, 당대표 취임 뒤 여섯번째 검찰 조사를 받는다. 단식 열이틀째인 11일 이 대표는 당내 중진 의원들의 중단 권유에도 “(정부가 야당이) 말을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며 단식을 계속할 뜻을 접지 않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검찰에 한번 더 출석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9일 이 대표가 조사 7시간 만에 건강을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하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12일 오전 재차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표 쪽은 “검찰이 3시간만 더 조사하면 된다고 했다”며 12일 오후 1시20분께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이번 조사마저 무도하게 조작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할 경우, 수사팀에 대한 사법적 대응을 포함해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사용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열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낮 국회 본관 앞 천막농성장에 누워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 대표의 건강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 애초 예정된 최고위원회 회의에 불참하고, 오전 늦게 국회 본청 앞 단식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당 중진의원들을 20분가량 맞이한 뒤, 단식장에 이부자리를 펴놓고 누워 휴식에 들어갔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하루에도 몇번씩 컨디션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솔직히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도 윤석열 정권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가며 단식을 지속할 의지를 밝혔다. 이날 박병석·김상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중진 의원 10여명은 단식장을 찾아 “12일 동안의 단식을 통해서 이 대표의 뜻을 국민들도 많이 인식했을 것”이라며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신중하게 잘 판단하겠다. 감사하다”면서도 “(정부가)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야당이 하는 일도 너무 제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말을 해도 속된 말로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한 통화에서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 오로지 건강부터 생각하라”는 당부에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항의 방문 외에 단식장을 찾지 않고 있는 정부·여당을 향해 “사람으로서 도리의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엠비엔(MBN) 방송 인터뷰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단식의 경험들은 늘 있어왔다”며 “대통령실 정무수석 단위에 있는 누군가 와서 건강을 묻고, 여당 대표도 (이 대표의) 안부를 물어야 정상이지 않나. 그런 게 지금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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