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한-레소토 정상회담에서 은초코아네 사무엘 마테카네 레소토 총리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19일(현지시각) “굴종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한산한 평화로운 상황이 평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유엔(UN)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전날 ‘평화의 힘, 평화의 길’을 주제로 열린 ‘9·19 평양 공동선언 5돌 기념식에서 “‘안보와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때 서해교전(제2연평해전)에서 우리가 싸워 이긴 장병들 옷을 벗기고 퇴진시킨 어이없는 일도 발생했고, 노무현 정부 때 제1차 핵실험도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 때 평화롭게 아무런 침범이 없었다지만 결국 (북한) 핵과 미사일이 가속화됐다”고 열거하면서 “압도적으로 힘에 의해서 상대방의 기만과 의지에 관계없이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파, 보수라는 표현을 쓸 것 없이 객관적으로 국민들이 느끼기에 어떤 것이 믿음직스러운 평화인지, 어떤 것이 진정으로 활력있는 평화고, 수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경제인지 거기에서 판단 기준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9·19 남북군사합의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조만간 효력 정지를 선언할 것이란 일부 관측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2018년 9월19일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이 공공연히 어겨오고 있고, 또 의도적으로 도발하고 있는데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군사 합의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관찰해오고 있다”라며 이런 기조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를 “북한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감시 정찰 자산, 공군·해군력 가동과 평상시 훈련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한국의 행동을 위축시켜놓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합의를 잘 지킨다고 해도 북한은 없는 자산을 가동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는 열심히 해오던 것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 “지금 시점에서는 북한이 핵미사일로 계속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오는지 관찰하고 나중에 적절한 시점에 필요하다면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욕/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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