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5일 ‘윤심’을 꺼내 들었다. 혁신위가 요구한 ‘친윤(친윤석열), 당 지도부, 중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건의가 당사자들의 반발로 난관에 부닥치자 ‘대통령’ 카드를 내보인 것이다. 그러나 혁신위의 핵심인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15일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지도부·친윤 희생론’에 관해 대통령실과 교감했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에게 거침없는 얘기를 하려고 열흘 전에 제가 좀 여러 사람을 통해 뵙고 싶다고 했다”며 “대통령실 쪽에서 돌아온 말은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지금 하는 걸 소신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하라). 당에 필요한 것을 그냥 거침없이 하라’는 이런 신호가 왔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나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 등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에 응답이 없는 상황에서 ‘윤심’(윤 대통령의 마음)이 혁신위에 있다고 부각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도 혁신위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혁신위의 정제되지 않는 발언들이 보도되고, 그것이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 리더십을 흔드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조기 해체론’을 이어가며 김 대표와 윤핵관을 압박했다. 한 혁신위원은 한겨레에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일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이 혁신위 조기 폭파다. 그렇게 되면 김기현 대표도 쫓겨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갈 상황이 높지 않겠느냐. 다만 당에는 해악이 된다”고 말했다. 오신환 혁신위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용퇴·희생론’이 거부당하면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체하는 것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혁신위 출범과 전권 위임을 조건 삼아 2기 체제로 전환한 김기현 지도부의 허약성을 파고든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주고 영입했는데 당대표가 혁신위를 비판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김 대표를 공격했다.
당 안에서는 대통령실이 인 위원장을 통해 원조 윤핵관 세력 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장제원·권성동 의원 등을 정리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이준석 전 대표를 직격한 윤 대통령의 ‘체리 따봉’ 메시지를 노출하며 신임을 잃었고, 장 의원은 2기 김기현 체제 출범 때 박대출 정책위의장을 사무총장으로 진입시키려다 윤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고 한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윤심’ 언급은 혁신위의 독립성에 치명상을 가한 자충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대통령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개선하라고 했더니, 이런 식으로 해서 (혁신) 동력이 생기겠느냐”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인 위원장이 중진과 윤핵관을 압박하는 이유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앞에 카펫을 깔려고 하는 것 아니냐. 1~2주 시한 내 김 대표는 쫓겨난다고 본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해보려다 안되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당) 지도 체제를 가져가려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인 위원장을 내세워 당 지도부 교체를 꾀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인 위원장의 ‘윤심’ 발언에 관해 “용산과는 무관하다. 혁신위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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