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오는 30일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 ‘희생론’을 당 지도부에 공식 건의하기로 한 가운데, 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축출이나 김기현 대표 당선 등 고비마다 노골적으로 드러나곤 했던 ‘윤심’은 사안의 민감성 탓에 극도로 노출을 꺼리는 모양새다.
활동 기한(12월24일)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혁신위는 희생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 대표나 장 의원 등이 혁신위의 요구에 3주 이상 반응하지 않으면서 이미 희생론 관철 여부는 혁신위의 성패를 가르는 문제가 됐다.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혁신위가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조기 해체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용퇴 대상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당 기류도 혁신위에 호의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김기현 대표와 친윤계 핵심 의원들이 보이는 모습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태도다. 김 대표는 이날 혁신위의 희생론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장제원 의원도 무응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윤심’을 바탕으로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며 주가를 올렸던 ‘김(기현)-장(제원)’ 연대가 ‘동병상련’ 처지가 된 셈이다.
특히 이들은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뀌는 것은 반드시 막겠다는 태도다. 김 대표 체제가 유지돼야만,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로 가자는 건 당을 깨자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당 분위기는 이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김 대표와 껄끄러운 사이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나는 윤심 팔아 당대표 되고 지금도 윤심 팔아 당대표직 유지하고 있지만, 나만 윤심 팔아야지 너희들은 윤심 팔면 안 된다(라는 것 아니냐.) 이런 당대표 가지고 총선이 되겠나”라는 글을 올렸다. 김 대표가 지난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에서 연 의정보고회에서 “윤 대통령과 하루에도 3~4번 통화한다”며 윤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내세운 것을 비판한 것이다.
다만,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의 부모를 비방하고 윤 대통령을 ‘나라님’이라고 칭하거나, 혁신위원들 사이의 내분 등으로 혁신위의 동력이 떨어지는 점은 ‘김-장 연대’엔 기회요소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윤심’ 노출을 극도로 조심하는 기류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축출 때나 올해 초 나경원 전 의원 전당대회 불출마 관철, 김기현 대표 편들기 때와 견주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걸린 총선이라는 고인화성 사안 앞에서 노골적인 당무 개입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총선 패배=식물 대통령’이라는 위기감 탓에 총선 승리를 위한 강도 높은 쇄신을 추구하는 혁신위에 동조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인위적으로 ‘김기현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 또한 무리라고 보고 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기류에 밝은 한 의원은 “당대표보다는 총선 공천관리위원장과 선거대책위원장을 누구로 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대표직은 유지하면서 윤핵관과 중진 등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유도하고, 선거의 핵심인 공천과 캠페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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