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와 면담한 뒤 함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 핵심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와 관련해 “일주일 시간을 주겠다. (변화가 없을 경우) 다음주 (혁신위에서) 정식 의결해, 우리 의사를 좀 더 강하게 피력하겠다”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권고’가 나온지 20일이 지나도록 당사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10차 혁신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중진·지도부·대통령과 가까운 분에 대해 오늘 (혁신위에서) 안건으로 의결해 최고위에 송부할지 토론했다. 결론은 일단 한주의 시간을 더 드리고 다음주에 정식 의결해 송부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당 중진 등의 ‘용퇴’ 여부를 일주일 더 지켜본 뒤, 당에 정식으로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인요한 위원장은 “어떤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혁신위원들이 다음주 목요일(30일) 회의에서는 좀 아주 강한 메시지가 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혁신위원은 “당 주요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분명히 내야 한다”며 “‘권고’라는 표현 대신 혁신위의 정식 안건으로 의결하겠다는 것으로, 공천관리위원회 등에서 관련 규정을 마련해달라는 취지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 핵심 의원들은 4월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김기현 대표는 지난 16일 “내 거취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불쾌함을 표시했고, 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13일 버스 92대를 타고 온 지역구 산악회 회원 4200여명과 만난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세를 과시했다.
이날 인 위원장은 이를 두고 “지금까지 우리가 일한 만큼 돌아오는 표현에 성의가 없었다는 (혁신위원들의) 뜻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반응에 대해 굉장히 냉담을 갖고 있다. 아주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일주일 뒤 ‘강한 메시지’를 낼 땐 “(혁신위)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된, 아주 절박한 심정이라는 것을 (당에) 전달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경진 혁신위원도 “용퇴나 희생, 인적 쇄신은 진척이 없다고 보는 게 혁신위원들 대부분의 평가”라고 거들었다.
김 혁신위원은 “(불출마 등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저희 당이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처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혁신위는 5호 혁신안으로 △내년 총선에서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24개 장관급 정부부처에 과학기술자문관 제도 도입 및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보좌관을 신설할 것 등을 의결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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