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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위성정당·병립형’ 꺼낸 이재명에…당내 “대참변·통탄” 격앙

등록 2023-11-29 17:55수정 2023-11-30 02:4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실론을 앞세워 위성정당 창당 또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 후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2020년 총선 이후 민주당의 ‘꼼수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하며 선거제 개혁을 주장했던 이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태도를 바꾸자 “소탐대실이다”, “통탄할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예정보다 하루 연기된 30일 열리는 선거제 개혁안 관련 의원총회에서는 찬반양론이 정면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민형배·송재호·이학영·장철민 의원 등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지금 국민과의 약속과 눈앞의 이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기득권을 쥐고 자멸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병립형과 위성정당은 소탐대실로, 비례 몇석 얻으려다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지역구는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기류에 관해서는 “민주당의 이마에 국민을 배신하고, 당의 역사를 부정하고, 정치개혁을 거부한 국민의힘 세력과 야합했다는 딱지를 새기는, 대참변이 될 것”, “중도층 시민, 시민사회, 정의당, 다른 소수 정당들을 모두 적으로 돌려, 다음 대선도 검사 정권에 넘겨주는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주장하며 지역구 출마 포기를 선언한 같은 당 이탄희 의원을 지지하는 성격의 자리였지만, 실제론 이재명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유튜브 방송에서 “국회까지 집권 여당에 넘어가면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위성정당 창당에 거리낌이 없는 국민의힘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을 전 당원 투표로 약속한 민주당의 당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물론, 이 대표 자신이 한 약속과도 상충된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한 데 대해 거듭 사과하고 “개혁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며 작은 피해에 연연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현실론’ 주장은 당내 점증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론과 무관하지 않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석을 헐어서 다른 소수 정당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는 주장은 자기모순”이라며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과 짬짜미해 원칙 없는 선거제 개악에 나설 경우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8일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다시 퇴행의 길을 가려 한다면 국민의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역사 앞에, 국민 앞에 부끄러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기를 정녕 원하느냐”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열쇳말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수를 배분한 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그보다 모자랄 경우 그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현행 방식. 정당득표율이 10%라면 총 의석수(현행 300석)의 10%인 30석을 배분받는데, 지역구 선거에서 20석밖에 얻지 못했다면 모자란 10석의 절반인 5석을 비례대표로 채움.(연동형은 10석을 모두 채움) 2020년 총선 때 도입.

■ 병립형 비례대표제: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 2016년 총선까지 시행.

■ 위성정당: 연동형 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치로 얻으려고 각 정당이 별도로 만드는 정당.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위성정당을 창당해, 두 당이 전체 비례의석의 약 77%(미래통합당 19석, 민주당 17석)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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