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정의당 의원(가운데)과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오른쪽), 조성주 세번째 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호정 의원 등이 속한 정의당 내 의견그룹 ‘세번째 권력’이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과 공동 창당에 나서는 가운데, 창당 작업에 동참하는 류 의원의 거취를 두고 정의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총선에서 ‘청년 할당’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류 의원은 자진 탈당하면 비례대표직을 잃게 되는 까닭이다.
조성주 세번째 권력 운영위원장은 8일 금 전 의원과의 공동 창당 기자회견에서 류 의원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류 의원이 신당의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선택과 신당의 방향에 대해 같이 하고 있다”면서도 “(당내) 설득하는 것을 병행하면서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당적을) 유지하면서 활동해나가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 작업의 중추를 맡으면서도, 정의당의 기존 당적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류 의원은 이날 원내 정당의 당직자와 국회의원 명의로만 대여할 수 있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예약했지만, 기자회견에는 함께 하지 않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둘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 비례대표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다. 류 의원이 스스로 정의당을 탈당하면 비례대표 의원직을 잃고 정의당은 다른 후보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승계할 수 있다. 반면 정의당이 류 의원을 출당 또는 제명할 경우 류 의원은 정의당을 떠나서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의당은 류 의원에게 ‘당적을 빠르게 정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총선을 앞두고 선거연합신당을 꾸리고 있지만, ‘새로운선택과의 연대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입장문에서 “류호정, 조성주 두 분은 정의당과 당론을 달리하고 17일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한 만큼, 12월16일까지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당적 정리를 신속하게 잘 마무리해 달라”며 “정의당 비례대표 1번 의원이 당을 이탈하여 다른 정당을 창당한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비대위 구성 이후 선거연합신당 창당의 연대 대상에 대한 당원 설문조사를 거쳤고, 해당조사에서 ‘새로운선택’과의 선거연합정당 추진에 관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류 의원은 이에 입장문을 내어 “지금부터 저의 역할은 정의당과 새로운 정당을 연결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진보 집권을 꿈꿨던 동지들을 구출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준우 비대위원장이 요구한 ‘당적 정리’는 최후의 선택일 것”이라며 “끝까지 당원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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