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대사 경력에 의구심…“특혜 아냐”
미국 정유회사 ‘엑손모빌’의 국내 자회사에 집을 빌려주고 고액의 임대료를 받아 논란에 휩싸인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국외 은행과도 같은 방식의 임대계약을 맺어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은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조 후보자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엑손모빌 말고 (다른 데도) 그 집을 임대해준 적이 있느냐’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한번 더 있다. (서울) 이태원에 집이 있는데, 이 지역엔 외국인 임대가 많다”며 “에이엔제트(ANZ) 은행(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뱅킹그룹)에 임대했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가 이 은행에 집을 임대해준 기간은 1년 미만이다. 시기는 2013~2017년 사이지만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조 후보자는) 2013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를 했다”고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라고 답했다.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그 지역 은행에서 ‘특혜’를 받은 게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임대료는 (엑손모빌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자는 2017년 9월~2019년 12월 이태원의 이 집을 엑손모빌 자회사에 빌려주고 월 950만원 수준의 임대료를 받은 사실이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 때문에 ‘로비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조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임대차 계약) 전에도 그렇고 후에도 그렇고 엑손모빌에 근무하는 사람과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계약 이전까지 임차인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는 해명자료도 냈다.
홍익표 의원은 “윤석열 정부 최고위층 인사들에게 반복적으로 드러난 비정상적인 행태는 국익 수호와 이해충돌 문제 해소를 위해 반드시 규명이 필요하다”며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과거에 엑손모빌과 에이티앤티(AT&T)에,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모토롤라에 주택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은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한편, 조 후보자는 1999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에 관해서는 “잘못한 일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