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국민경선이 파국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8일 오후 대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홀로 참석한 정동영 후보가 연설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 빈 의자들은 손학규·이해찬 후보의 자리다. 대구/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신당 ‘진흙탕경선’에 범민주진영 위기감
“지금처럼 가면 대선·총선 다 실패할 것”
“지금처럼 가면 대선·총선 다 실패할 것”
“앞날이 더 걱정” 개혁세력 침체 우려
“진보-보수 균형추 완전히 무너질 판” “길이 보이지 않는다!”(김근태 통합신당 의원) 이른바 ‘범민주진영’의 위기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경선이 후보 사이 이전투구로 흐르면서 ‘범민주세력의 존립 근거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이 횡행한 통합신당의 국민경선은 범민주진영의 마지막 보루인 ‘도덕성’에 큰 상처를 안기며 12월 대선 구도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힘의 균형’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올해 대선은 다르다. 통합신당의 추락은 범민주진영 전체를 장기 침체에 빠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걱정한다. 이번 일로 우리 사회 진보와 보수의 균형추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근태 의원은 “당내 경선은 대선 후보를 뽑는 게 전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갖고 다가가는 것인데, 이대로 가면 다 망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 이후 반혁명, 반동이 오는 것을 보고 ‘당대 사람들이 좀 부족해서 그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민주세력이 ‘일패도지’(여지없이 패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름)하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범여권의 대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통합신당처럼) 그렇게 해서 과연 경쟁력 있는 후보가 탄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 이상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됐는지 …”라고 푸념했다. 일부 인사들은 보수와 개혁세력 사이에 유지돼 온 견제와 균형의 정치 구도가 이번 대선을 거치며 완전히 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서 개혁 추진의 동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그나마 참여정부에서 조금 진행되는 듯하던 개혁마저도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지, 일부 지방자치단체처럼 행정과 의회를 한 당이 독식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 것인지…”라고 걱정했다 학계의 진보 성향 학자들은 대선 승패의 차원을 넘어, 과도한 권력을 견제할 진용을 새롭게 짜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을 했다. 어느 한 정당의 일방 독주와 압도적 선거 승리는 정당정치의 기본 틀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정치학)는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라고 자문한 뒤, 범여권의 ‘조직적 통합’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건 조직적 통합성이 유지돼야만 최소한의 견제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이대로 가면 (통합신당) 경선뿐 아니라 대선과 총선까지도 다 실패할 것”이라며 “정체성을 뚜렷이하고 리더십을 새롭게 하는 쪽으로 자기 정화, 자기 쇄신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학)는 범민주진영의 재결집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대선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어설픈 (통합신당의) 개·보수가 아니라 재창업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넓은 틀의 ‘비한나라 민주연합’ 같은 느슨한 연대 틀로 대선 이후까지 겨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진보-보수 균형추 완전히 무너질 판” “길이 보이지 않는다!”(김근태 통합신당 의원) 이른바 ‘범민주진영’의 위기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경선이 후보 사이 이전투구로 흐르면서 ‘범민주세력의 존립 근거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이 횡행한 통합신당의 국민경선은 범민주진영의 마지막 보루인 ‘도덕성’에 큰 상처를 안기며 12월 대선 구도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힘의 균형’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올해 대선은 다르다. 통합신당의 추락은 범민주진영 전체를 장기 침체에 빠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걱정한다. 이번 일로 우리 사회 진보와 보수의 균형추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근태 의원은 “당내 경선은 대선 후보를 뽑는 게 전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갖고 다가가는 것인데, 이대로 가면 다 망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 이후 반혁명, 반동이 오는 것을 보고 ‘당대 사람들이 좀 부족해서 그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민주세력이 ‘일패도지’(여지없이 패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름)하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범여권의 대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통합신당처럼) 그렇게 해서 과연 경쟁력 있는 후보가 탄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 이상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됐는지 …”라고 푸념했다. 일부 인사들은 보수와 개혁세력 사이에 유지돼 온 견제와 균형의 정치 구도가 이번 대선을 거치며 완전히 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서 개혁 추진의 동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그나마 참여정부에서 조금 진행되는 듯하던 개혁마저도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지, 일부 지방자치단체처럼 행정과 의회를 한 당이 독식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 것인지…”라고 걱정했다 학계의 진보 성향 학자들은 대선 승패의 차원을 넘어, 과도한 권력을 견제할 진용을 새롭게 짜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을 했다. 어느 한 정당의 일방 독주와 압도적 선거 승리는 정당정치의 기본 틀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정치학)는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라고 자문한 뒤, 범여권의 ‘조직적 통합’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건 조직적 통합성이 유지돼야만 최소한의 견제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이대로 가면 (통합신당) 경선뿐 아니라 대선과 총선까지도 다 실패할 것”이라며 “정체성을 뚜렷이하고 리더십을 새롭게 하는 쪽으로 자기 정화, 자기 쇄신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학)는 범민주진영의 재결집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대선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어설픈 (통합신당의) 개·보수가 아니라 재창업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넓은 틀의 ‘비한나라 민주연합’ 같은 느슨한 연대 틀로 대선 이후까지 겨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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