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안철수’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두 사람 모두 정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은 4·27 재보선 이후 꿈틀대기 시작해, 두세달 만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앞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9월 초 서울시장 출마 검토설만으로 단숨에 ‘박근혜 대항마’로 떠올랐다. 두 사람 다 합리적인 이미지로 ‘안티’가 별로 없고,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역적 기반(부산)도 같고, 다른 지역에도 골고루 지지층이 존재한다. ‘기존 정치인’과 다른 이미지로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된다는 점도 닮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은 전혀 다르다. 문 이사장이 ‘기존 정당에 몸담지 않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안 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문 이사장에게는 친노 그룹이라는 조직적 기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가 있다. 안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활동’을 했지만, 아무래도 정치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문재인 바람(문풍)’은 ‘안풍’이 불어 닥친 이후 한풀 꺾였다. 9월까지 8.8%까지 꾸준히 상승했던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10월 6.9%로 약간 떨어졌다. 호남과 부산·경남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지’가 분산된 데다, 안 원장과 지역적 기반이 같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 대표에 견줘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는데, 이는 결집도가 높은 친노 지지 기반 때문으로 보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새로운 대안재로 부상했던 문재인 앞에 안철수라는 더 강력한 대안재가 등장한 것”이라며 “안 원장이 정치 활동 가능성을 닫지 않을 경우, 문 이사장이 지지율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낡음과 새로움, 2030세대와 기성세대라는 축을 이끌어 갈 힘에서 안 원장에게 밀린다는 것이다.
야권 통합 과정, 내년 부산·경남 지역 총선에서의 역할에 따라, ‘문풍’이 다시 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경수 ‘노무현 재단’ 사무국장은 “새로운 정치와 통합 정당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지지율 상승)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평론가 김종배씨는 “문 이사장은 안 원장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없다. 그동안 손학규 대표, 유시민 대표의 표를 조금씩 빼앗아 왔는데, 정치 콘텐츠만으로 중도층을 끌어오는 확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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