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학생들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 반값등록금 국민여론조작 및 정치공작 규탄 및 박근혜 대통령 입장표명 요구를 하며 시민들 상대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검찰 수사발표에도 침묵…청와대도 책임회피 급급
전문가 “국정원 개혁안 내놓고 재발방지 선언해야”
전문가 “국정원 개혁안 내놓고 재발방지 선언해야”
국가정보원이 대선 여론조작에 개입하고, 경찰이 관련 수사 내용을 은폐·조작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과 재발 방지 약속 등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확인된 만큼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등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고, 새누리당은 되레 민주당을 향해 ‘역공’에 나섰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의원은 16일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한 질문에 “박 대통령에게 이제 와서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그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그 일을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게 지시하고, 그걸 국정원과 경찰을 바로 서게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 준다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박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 방안을 내놓고 ‘우린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선언을 해줘야 한다. 지난 선거의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니라,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박 대통령이 책임 있는 입장을 표명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뿌리뽑을 수 있는 쇄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욱 배재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는 “선거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것은 중대 사안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국정원은 그간 진행해온 ‘대북 심리전’의 방향을 전면 재설정해야 하고,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개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활동은 모두 중단되어야 한다”며 “보수진영은 그동안 ‘종북’ 개념을 남용해온 것에 대해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 댓글의 대선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별도의 반응이 필요 없고, 재판을 앞두고 있는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게 청와대 쪽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 “당시 박근혜 후보가 국정원이나 이명박 대통령한테 (선거에 개입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고, 선거에 영향을 끼칠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당이 대선 때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을 이용한 것 아니냐, 왜 전 정부가 아닌 현 정부에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게 청와대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과 약속한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를 거부한 데 이어 민주당이 국정원 전·현 직원들을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며 오히려 공세를 펼쳤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은 민주당이 국가기관인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교사해 선거에 이용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또 “민주당에 의한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유린 여부도 사건의 핵심”이라며 “민주당 관계자들이 조속히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화살을 민주당에 돌렸다.
김수헌 하어영 석진환 기자 minerva@hani.co.kr
‘국정원 입닫은 박근혜’, 노무현에 배워라[한겨레캐스트 #116]
<한겨레 인기기사>
■ 심기불편 청와대 “박 대통령 만난 사람 이재용 부회장이 또…”
■ 고엽제전우회가 전두환 체포에 나선 사연
■ [인터뷰] 예일대 수학과 312년만에 첫 여성교수 부임하는 오희 교수
■ 27개월 지향이의 죽음 알고보니…5명의 ‘나쁜 어른들’ 있었다
■ [화보] 불타는 터키…강제진압과 저항
■ 심기불편 청와대 “박 대통령 만난 사람 이재용 부회장이 또…”
■ 고엽제전우회가 전두환 체포에 나선 사연
■ [인터뷰] 예일대 수학과 312년만에 첫 여성교수 부임하는 오희 교수
■ 27개월 지향이의 죽음 알고보니…5명의 ‘나쁜 어른들’ 있었다
■ [화보] 불타는 터키…강제진압과 저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