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발언’ 파장 축소에 부심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강행한 새누리당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26일에는 특히 대선 전에 기밀문서인 대화록을 입수한 뒤 이를 국정원에 공개하도록 압박했다는 사실이 당시 박근혜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의 어이없는 고백과 당시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의 녹취록을 통해 밝혀짐에 따라 새누리당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선 전에 대화록을 입수해 읽어봤다”는 김 의원의 최고중진연석회의 발언이 오후 인터넷언론인 <뷰스앤뉴스>의 보도로 알려지자,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언론 접촉을 피하는 등 사태 파장 축소에 부심했다. 그나마 언론과 접촉이 되는 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회의 중간에 나와서 김 의원 발언 내용을 듣지 못 했다”거나 “그때 옆사람과 다른 얘기를 하느라 제대로 못 들었다”고 대답하는 등 사실관계 확인 자체를 피했다.
발언 당사자인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정문헌 의원이 구두로 설명해준 것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평통 행사 발언 등을 종합해서 만든 문건이었다”며 원문을 봤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권영세 대사도 박근혜 대통령 방중 준비 등을 이유로 언론과 연락을 끊은 채 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녹취록에 보더라도 나는 그런 것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중진연석회의의 한 참석자는 “비공개회의 때 김무성 의원이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를 비판한 남경필 의원을 심하게 나무라면서 자신이 선거 때 대화록을 봤다는 말을 했다”며 “지금 와서 주워담는다고 수습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으로 지난 대선 때 국정원과 당이 얽히게 됐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앞두고 엄청난 악재가 발생했다”며 “돌발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화록을 무리하게 공개한 후과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면서도 “국정원이 문서를 비밀 해제 해서 공개한 것은 천하에 누가 뭐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거다.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는 있지만 정치적·도의적으로 말이 안 된다. 어떤 말로도 용납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가 회의록 공개 후폭풍으로 가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은 “이 사태가 빨리 정리가 돼야 하는데 (이런 일이 또 터졌다.) 대통령이 중국에 갔는데 다 덮여버리면 어떡하느냐”고 우려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그 둘이 대화록을 본 건 사실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다. 북한 등 다른 데서 과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걱정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한겨레포커스]국정원 흑역사 2009-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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