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떠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논란 남긴 감사원장 퇴임
4대강 감사 뒤 “내가 욕먹겠구나”
‘장훈 교수 정치성향 강하다’ 판단
정치적 중립성 보장 다시 숙제로
민주당 등 ‘인사외압’ 비판 거셀듯
4대강 감사 뒤 “내가 욕먹겠구나”
‘장훈 교수 정치성향 강하다’ 판단
정치적 중립성 보장 다시 숙제로
민주당 등 ‘인사외압’ 비판 거셀듯
양건 감사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논란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다가, 감사위원 임명 제청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이 벌어지자 전격 사퇴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인사 외압’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오전 감사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양 원장은 “(감사원)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지 못한 점이 있었고, 이것이 자신의 사퇴에 원인이 됐음을 암시한 것이다.
역류와 외풍이 무엇이었는지는 바로 확인됐다. 이임식 뒤인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연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최근 감사원에 있었던 이슈는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임명 제청 건”이라며 “양 전 원장이 인사에서 상당히 독립성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인사 실무진에서 정당 가입이나 선거 출마가 없었던 장 교수에 대해 (감사위원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으나, 양 전 원장은 장 교수가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양 전 원장 사퇴의 직접적인 이유는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낸 장 교수의 임명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이었다는 설명이다.
4대강 사업 감사에 따른 논란도 그의 사퇴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추정된다. 김 총장은 “양 전 원장이 4대강 감사 이후 ‘내가 욕먹겠구나’, ‘오해를 받아 안타깝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사실 부실한 감사로 비판받는 1차 4대강 사업 감사는 전임 김황식 원장 시절에 이뤄진 일이고, 문제점을 파헤친 2~3차 감사는 양 전 원장 재임 때 이뤄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장을 받은 양 전 원장은 이 논란에서 스스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해 양 원장은 나오는 그대로 발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감사원 안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양 원장은 새 정부의 인사상 요구, 전임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 문제를 두고 안팎으로 갈등하다가 자진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양 전 원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과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 보장 등 감사원을 둘러싼 핵심적 문제들은 다시 숙제로 남게 됐다. 이명박 정부 초기, 전임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전윤철 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전철’을 그대로 되밟은 모양새다.
양 전 원장의 사퇴 배경에 감사위원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민주당 등 야권의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이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절차가 정해져 있는데도 청와대가 제청 이전 단계부터 감사원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장 교수 카드를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규원 석진환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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