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교육 내용 어땠나
진보세력 폄훼하고
“북 전위세력들이 국회 진입
용산·강정마을에도 종북세력
진보정권 통일추진 안할 것” 군사·보수정권 미화
“박정희, 산업화·농촌근대화
영원히 기록될 업적” 주장
“4대강사업 녹색성장 아이콘” 참가자 숙식까지 제공
호텔식 뷔페에 기념품 전달
리조트쪽 ‘무료 숙박’ 논란도 국가보훈처가 대통령 선거가 있던 지난해 5~11월 일곱차례 진행한 ‘오피니언 리더 교육과정’은 ‘올바른 역사관 정립’이란 교육 취지가 무색할 정도의 내용들로 가득하다. 강의와 교재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폄훼, 진보세력 종북좌파로 몰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보수세력 미화 등으로 채워져 있어, 대선 국면에서 여권 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13일 <한겨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5월2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지역 교육에서 강사로 나선 한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북 지원에 원칙이 없었다”며, 참여정부에서 시행된 대북 교류사업에 대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폭력에 가까운 행패를 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전위세력들인 좌익들이 국회로 진입하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한 뒤, 좌파정권의 특징으로 △성장보다 분배 우선 △작은 정부보다 큰 정부를 선호 △교육 평준화 △노동자 우선 등을 언급하며 “엘리트를 배격하고 하층의 대중에게 어필하는 좌파적 포퓰리즘”이라고 깎아내렸다. 반면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공업화와 농촌 근대화 운동이 성공한 것은 정부정책이 국민들에게 발전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였다”며 “영원이 기록될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6월28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광주 교육에서 다른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은 학생민주혁명을 부정한 사건이 아니라, 이상주의적 근대화 세력의 실패한 혁명에 대해 실용주의적 근대화 집단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계기로 해석할 수 있다”거나, “4·19(학생운동)와 5·16은 대척적 사건이 아니라… (중략) 국가체제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상보적 관계에 있던 사건들”이라고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또 “박정희 집권 18년간 한국 사회는 정태적 농업사회에서 동태적 근대산업사회로의 대전환을 달성했다”며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부독재 시대의 경제발전이 “성숙된 근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고 평가했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교장들이 참석한 서울 1차교육(6월22~23일)과 대전(6월29일) 교육에선 뉴라이트국제정책센터 대표를 지낸 이춘근씨가 강사로 나섰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배포된 교재에서 미국 국방대학 산하 연구소 보고서 일부 내용을 인용해,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통일과 안보위협 제거의 역사적 기회가 되겠지만,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추진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진보정부가 들어설 경우 통일을 추진하지 않는 반면, 보수정부라면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7월10일 협성웨딩뷔페에서 진행된 부산 교육에선 ‘종북세력의 실체’란 동영상을 30분간 틀었다. 이 영상에선 “종북세력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지하활동으로 맥을 이어오다가 1972년 유신체제하에서는 사회주의 건설 목표를 숨긴 채 반유신·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빙자해 세력 확산을 기도했다”고 민주화 투쟁을 왜곡했다. 또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도 종북세력·전문시위꾼이 가담한 “반정부 선동시위”라며, 시위대의 폭력 영상만 집중 부각시켰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온갖 논란을 뒤로하고 미래 녹색성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교육 참가자 전원에게 2만원대 기념품을 나눠주고, 대구·대전 등의 교육 참가자들에게는 1인당 3만여원의 호텔 뷔페식도 제공했다. 또 서울교총 소속 교장 80명에게는 용인 한화리조트에서 1박2일 숙식을 할 수 있게 했다. 보훈처는 숙박비에 대해 “한화리조트 쪽이 행사 취지에 공감해 협찬했다”고 밝혔지만, 사기업의 무료 협찬이 적절한지는 또다른 논란거리다. 보훈처는 이번 교육을 2011년 한곳에서 시범실시한 뒤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 전국 5곳으로 확대 진행했다가 올해엔 중단했다. 강기정 의원은 “안보교육이라지만 한반도 정세와 안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사들이 강사로 나선 것이 아니라, 보수편향의 일방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보수단체, 지역 기관 대표, 교장 등을 대상으로 보수정권 우호 여론을 다지고, 이들이 대선 국면에서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정치개입”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북 전위세력들이 국회 진입
용산·강정마을에도 종북세력
진보정권 통일추진 안할 것” 군사·보수정권 미화
“박정희, 산업화·농촌근대화
영원히 기록될 업적” 주장
“4대강사업 녹색성장 아이콘” 참가자 숙식까지 제공
호텔식 뷔페에 기념품 전달
리조트쪽 ‘무료 숙박’ 논란도 국가보훈처가 대통령 선거가 있던 지난해 5~11월 일곱차례 진행한 ‘오피니언 리더 교육과정’은 ‘올바른 역사관 정립’이란 교육 취지가 무색할 정도의 내용들로 가득하다. 강의와 교재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폄훼, 진보세력 종북좌파로 몰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보수세력 미화 등으로 채워져 있어, 대선 국면에서 여권 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13일 <한겨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5월2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지역 교육에서 강사로 나선 한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북 지원에 원칙이 없었다”며, 참여정부에서 시행된 대북 교류사업에 대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폭력에 가까운 행패를 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전위세력들인 좌익들이 국회로 진입하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한 뒤, 좌파정권의 특징으로 △성장보다 분배 우선 △작은 정부보다 큰 정부를 선호 △교육 평준화 △노동자 우선 등을 언급하며 “엘리트를 배격하고 하층의 대중에게 어필하는 좌파적 포퓰리즘”이라고 깎아내렸다. 반면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공업화와 농촌 근대화 운동이 성공한 것은 정부정책이 국민들에게 발전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였다”며 “영원이 기록될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6월28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광주 교육에서 다른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은 학생민주혁명을 부정한 사건이 아니라, 이상주의적 근대화 세력의 실패한 혁명에 대해 실용주의적 근대화 집단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계기로 해석할 수 있다”거나, “4·19(학생운동)와 5·16은 대척적 사건이 아니라… (중략) 국가체제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상보적 관계에 있던 사건들”이라고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또 “박정희 집권 18년간 한국 사회는 정태적 농업사회에서 동태적 근대산업사회로의 대전환을 달성했다”며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부독재 시대의 경제발전이 “성숙된 근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고 평가했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교장들이 참석한 서울 1차교육(6월22~23일)과 대전(6월29일) 교육에선 뉴라이트국제정책센터 대표를 지낸 이춘근씨가 강사로 나섰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배포된 교재에서 미국 국방대학 산하 연구소 보고서 일부 내용을 인용해,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통일과 안보위협 제거의 역사적 기회가 되겠지만,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추진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진보정부가 들어설 경우 통일을 추진하지 않는 반면, 보수정부라면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7월10일 협성웨딩뷔페에서 진행된 부산 교육에선 ‘종북세력의 실체’란 동영상을 30분간 틀었다. 이 영상에선 “종북세력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지하활동으로 맥을 이어오다가 1972년 유신체제하에서는 사회주의 건설 목표를 숨긴 채 반유신·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빙자해 세력 확산을 기도했다”고 민주화 투쟁을 왜곡했다. 또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도 종북세력·전문시위꾼이 가담한 “반정부 선동시위”라며, 시위대의 폭력 영상만 집중 부각시켰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온갖 논란을 뒤로하고 미래 녹색성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교육 참가자 전원에게 2만원대 기념품을 나눠주고, 대구·대전 등의 교육 참가자들에게는 1인당 3만여원의 호텔 뷔페식도 제공했다. 또 서울교총 소속 교장 80명에게는 용인 한화리조트에서 1박2일 숙식을 할 수 있게 했다. 보훈처는 숙박비에 대해 “한화리조트 쪽이 행사 취지에 공감해 협찬했다”고 밝혔지만, 사기업의 무료 협찬이 적절한지는 또다른 논란거리다. 보훈처는 이번 교육을 2011년 한곳에서 시범실시한 뒤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 전국 5곳으로 확대 진행했다가 올해엔 중단했다. 강기정 의원은 “안보교육이라지만 한반도 정세와 안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사들이 강사로 나선 것이 아니라, 보수편향의 일방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보수단체, 지역 기관 대표, 교장 등을 대상으로 보수정권 우호 여론을 다지고, 이들이 대선 국면에서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정치개입”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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