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은 전 서울경찰청장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은폐·축소 의혹을 받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김 전 청장뒤쪽에 수사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증인선서를 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여당 의원들도 “떳떳하면 왜 안하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경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축소수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당시 댓글 작업을 실행한 국정원 직원에 대한 수서경찰서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서울지방경찰청에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유된 점, 당시 서울경찰청 간부들이 국정원 직원들과 여러 차례 통화한 이유 등을 집중 추궁했다.
1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김아무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분석관이 국정원 직원 김하영(29)씨에 대한 수서경찰서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읽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제시했다. 신문조서는 수서경찰서에서 지난해 12월15일 저녁 8시께 작성한 것으로, 신문조서가 작성된 지 두시간여 만에 서울경찰청으로 공유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찬 전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은 “수서경찰서 지능팀 실무자들이 서울경찰청 선거상황실로 킥스(형사사법정보시스템)를 통해 공람 조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청 지침을 보면 중요 사건은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청에서 직접 신문조서 등 관련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피의자 신문조서는 중요한 수사 자료이므로 (공람 사실이) 당시 수사팀에 보고돼야 하는데,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 고위 간부들과 국정원 직원이 수십차례 통화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최현락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현 경찰청 수사국장)은 지난해 12월11일 안아무개 국정원 정보관과 통화한 데 대해 “사건 초기에 (안 정보관이) 두세번 전화를 걸어와 민감한 사항으로 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분 이상 통화한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병찬 전 수사2계장은 안 정보관과 60여차례 통화한 이유를 추궁당하자 “(안 정보관의 전화에) 수신거부 문자를 보낸 게 대부분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8월 국정조사에 이어 또다시 증인 선서를 거부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오후 증인 선서가 시작되자 “현재 이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증인 선서와 증언, 서류 제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증언을 하면서도 자기 방어를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증인 선서를 거부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도 “스스로 떳떳하다면 증인 선서와 증언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도 “앞으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를 위해서도 김용판 증인의 선서 거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