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왼쪽) 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15일~17일 서울중앙지검에선 대체 무슨 일이…
“국정원, 북한 핵개발도 모르면서 온라인 댓글만…”
“국정원, 북한 핵개발도 모르면서 온라인 댓글만…”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21일 오전 10시 서울고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조영곤(55)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50·여주지청장) 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장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특히 조 지검장은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질문에 “내부 진상조사 중이라 말씀드릴 수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 국정감사보다 내부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는 태도냐”며 국회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오전 11시40분. 먼저 입을 연 것은 윤 전 팀장이었다. 전해철 의원(민주당)이 윤 전 팀장에게 “당시 상황을 상세히 이야기 해달라”고 하자, 윤 전 팀장은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이어 조 지검장까지 이에 대응하기위해 입을 열며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특별수사팀이 16일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영장을 청구하기 하루 전, 조 지검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거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을 변경할때도 4차례나 조 지검장이 사전보고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전 특별수사팀장은 “15일 저녁 수원지검 당내 지청장 회의가 있어서 이날 일과 중에 지검장에게 영장 청구 계획을 보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안산지청에서 돌아오는 저녁에 지검장님 댁에 방문해 보고하기로 하고,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에게 보고서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된 트위트 계정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 신속한 체포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향후 수사계획까지 담아 그날 저녁 직접 조 지검장에게 보고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시 보고를 받은 조 지검장 반응이 어땠냐’는 질문에 윤 전 팀장은 “처음에 격노하셨다.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야당이 이걸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 정 하려면 내가 사표내면 해라. 국정원 사건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받겠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윤 전 팀장은 이 순간 ‘검사장님 모시고 이 사건 계속 끌고나가기가 불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내가 격노할 사람도 아니고, 15일 밤 윤 전 팀장과 사적인 이야기 나누다가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별수사팀은 그렇게 16일 영장을 발부받았고, 17일 아침 6시40분~7시 국정원 직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3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갑자기 조 지검장은 ‘지시 불이행’과 ‘보고 절차 누락’을 이유로 윤 전 팀장에 대해 직무배제 지시를 구두로 내렸다.
윤 전 팀장은 “17일 체포한 국정원 직원들을 조사하는데 갑자기 국정원 직원들을 빨리 풀어주라는는 지시가 내려왔다. 반대 의견을 전달하자 갑자기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을 통해 직무배제 명령을 전달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외압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기소도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을 통해 조 지검장에게 국정원 직원을 돌려보내고 압수수색품을 돌려주는 대신 내일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즉시 신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고, 그날 조 지검장이 4차례나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 지검장은 국정감사에서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특별수사팀은 그렇게 18일 아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고, 그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은 공식적으로 윤 전 팀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서영교 의원(민주당)은 “국정원은 김정일이 죽어도 모르고 북한이 핵개발을 해도 모르면서, 온라인 댓글 작성만 하고 있다. 그런데 고 지검장은 이런 국정원을 싸고 돌기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시사게이트 #15] ‘국정원 게이트’ 닮아가는 ‘군인 댓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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