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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국방부도 대선개입 의혹…‘국정원 DVD’ 군부대 수천회 상영

등록 2013-11-04 08:20수정 2013-11-06 15:40

‘햇볕정책은 종북’ 등 내용
DVD세트 1100여개 배포에
국방부 직접 정훈장교 교육
국방부선 “배포한 적 없다”
국방부가 지난 대선 때 민주진보 세력을 ‘종북좌파’로 매도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 제작 추정 디브이디(DVD)’(국정원 디브이디)를 장병교육 차원에서 각급 부대에서 수천회 상영하고, 이 디브이디 세트 1100여개를 배포하며 직접 정훈장교를 교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국정원 디브이디를 안보교육 교재로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보훈처뿐 아니라, 국방부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군을 상대로 조직적인 대선개입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3일 <한겨레>가 진성준·안규백 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분석한 결과, 국방부는 각군 장병교육 차원에서 지난해 아이피티브이(IPTV)를 통해 ‘호국보훈 교육자료’(디브이디)를 상영했다. 먼저 총 950차례 상영된 <북한 어떻게 볼 것인가>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6·15, 10·4 선언과 관련해 “과거 햇볕정책 하에서 굳어진 종북적 남북관계, (햇볕정책은) 북한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종북’으로 낙인찍고 있다. 또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했지만 북한은 미사일 개발과 함께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말해 이들 정부의 대북 정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했다.

모두 755차례 상영된 ‘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 ‘흔들리는 법치주의, 대한민국의 두 얼굴’ 등의 주제로 구성돼 있는 <종북세력의 실체>라는 영상에는 70년대 반유신독재 투쟁 당시 민주화 세력을 ‘사회주의 건설 목표를 숨긴 종북세력’으로 묘사하면서, “2000년대 종북세력이 제도권과 정부 내부에 침투하여 친북 사회주의 활동을 민주화, 평화애호 운동으로 미화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 대화 노력 때문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비겁한 평화는 전쟁을 부른다>는 동영상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거론하면서 “엔엘엘을 평화지대로 설정한다면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 등의 상투적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기도 했다.

아이피티브이 상영 이외에도 국방부가 ‘국정원 디브이디’ 세트 1100개를 직접 배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정훈교육에 대해 “아이피티브이를 통한 교육은 일부일 뿐이고, 1100여개의 디브이디 세트가 대대적으로 배포됐다. 국방부 국장급 차원에서 정훈장교들에게 (디브이디 내용을) 직접 교육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도 “디브이디 자료는 국방부가 직접 나서서 교육을 확대·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이전과 비교할 때)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디브이디 배포와 관련해) 그런 내용을 공식적으로 지시하거나 배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디브이디 영상물이 왜 국방부가 운영하는 아이피티브이에서 상영됐고, 각급 부대에서 교육됐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군의 정치개입’, 방관하는 박 대통령 [#189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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