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정당 해산’ 청구] 법무부의 황당·억지 주장
종편·문화일보 여론조사 내놓고 “아, 여론이 이렇구나”
교수 달랑 5명 의견에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이 동의해”
종편·문화일보 여론조사 내놓고 “아, 여론이 이렇구나”
교수 달랑 5명 의견에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이 동의해”
법무부가 팀을 꾸려 두달 동안 머리를 싸매고 내놓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서 내용을 보면 통합진보당에 ‘종북 딱지’를 붙이려고 갖다 붙인 억지들이 역력하다. 일부 보수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들이 통합진보당 해산에 찬성하는 듯 비치게 하고, 통상적인 정부의 보도자료에선 보기 힘든 북한 인공기를 4차례 시각물로 넣어 북한과의 연계성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조성됐다며 여론조사 결과와 헌법학 권위자 등의 의견을 근거로 제시했다.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외부기관에 별도로 용역을 맡기는 게 상식인데, 그대신 보수언론인 <티브이(TV)조선>과 <제이티비시>(JTBC), <문화일보> 3곳의 조사결과를 인용했다. 이들 여론조사에선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찬성하는 의견이 모두 60%대를 웃돌았다.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티에프(TF) 팀장은 “세 언론사에서 여론조사한 결과를 보고 ‘아, 여론이 이렇구나’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 5명의 의견을 수렴해 놓고 마치 대부분의 헌법학자가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동의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서 핵심세력인 ‘아르오’(RO) 조직원은 극좌세력, 그 외 당직자는 아르오를 비호·묵인한 세력으로 진보당을 나눴다. 그런데 법무부는 아르오 구성원의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지 못했고, 일반 당직자들의 비호·묵인 정황에 대해서도 마땅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 정 팀장은 “구체적으로 (아르오 규모를) 확인해보진 않았다. 통합진보당이 내란음모 사건의 경기도당 행사를 자기들 것이라고 하고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비난하는 집회를 시·도당 차원에서 하는 것은 아르오의 행위를 옹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헌재 관계자는 “법무부 설명을 적용하면 통합진보당원들은 뭘 해도 아르오다. 그런데 명확히 드러난 아르오 조직원은 전체 당원 중 극히 일부다. 정당해산심판의 대상은 ‘정당’이지 아르오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진보당의 주장들을 북한 헌법 등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위헌적 활동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국가 기간산업 및 사회 서비스의 민영화를 중단하고 국·공유화 등 사회적 개입을 강화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령은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는 북한 헌법 20조와 비슷하다며 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형태의 경제질서 도입을 지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헌법 119조도 시장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규제 및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를 담은 진보당 강령 5조는 체제를 부정한 대남혁명의 일환으로 분석했는데,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통합진보당뿐 아니라 상당수 시민단체나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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