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실을 상징하는 백합꽃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과 국회 내 국정원 개혁특위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집단 기립거부 않기로…특검 수용않을 가능성 커 대응책 ‘고심’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 시정연설을 할 때 집단항의 표시를 하지 않고 일단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연설에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촉구 등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17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특검,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민생 공약 이행 등 민주당의 3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분명한 언급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다만) 국회를 방문하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박수·기립 모두 거부’ 지침은 내리지 않고, 의원들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모두 일어나지 않거나 하면 보수언론이 또 예의가 없다고 비판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시정연설 직전에 열릴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방침과 다른 강경한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원내 지도부의 결정과 별개로, 우상호·유은혜·김기식 의원 등 12명은 오후에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특검 도입과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 등을 시정연설에서 밝혀달라고 박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요청서에는 의원 86명이 서명했다. 회견 참석자들은 진실을 상징하는 꽃인 백합도 같이 전하려 했으나, 청와대는 받지 않았다.
민주당에선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시정연설 이후 정국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다. 상임위원회 가동을 다시 전면 중단해 예산·법안 심사를 아예 팽개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시정연설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국회 의사당 앞 등에서) 규탄대회를 할 수도 있다. 19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정국인식(문제)을 강하게 지적하고, 이후 법안·예산심사를 철저히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정연설이 다시 일방통행식 연설이 된다면, 정국을 풀어야 할 당사자가 정국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국민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인식전환을 거듭 촉구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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