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일정과 당의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특검 반대하면서 “엄정한 수사팀”
트위트 121만건엔 “엉터리 수사팀”
트위트 121만건엔 “엉터리 수사팀”
새누리당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하루 사이에 “공정하다”와 “엉터리다”라는 정반대 평가를 내놔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1차 공소장에 증거로 제시된 (트위트) 5만5천여건 중 2만7천여건의 증거는 검찰이 스스로 ‘잘못됐다. 이것은 엉터리’라고 철회하면서, 나머지 2만8천여건에 대해 단순히 봇(BOT) 프로그램으로 리트위트한 글을 포함해 그 양을 억지로 43배까지 불려서 공소장을 변경한 것이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우리 여권에서도 솔직히 할 말이 많다”며 ‘부실 수사’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최 원내대표와 정반대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윤 수석부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결국 엄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지금 검찰 수사에 대해 외압이 있는가, 간섭이 있는가, 또 검찰의 수사가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침해당하고 있는가. 안 그렇다”고 검찰 수사를 치켜세웠다.
새누리당의 이런 ‘널뛰기 평가’는, 검찰의 추가 수사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윤 수석부대표의 ‘공정한 검찰 수사’ 발언은 특검 반대 논리로 이어진다. 그는 “(검찰 수사가 공정하기 때문에) 그래서 민주당의 특검 주장이 당파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으니 특검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동안 “트위트 숫자가 극히 미미하다”고 되풀이 주장해온 새누리당은, 검찰이 최근 트위트 121만건을 추가로 밝혀내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자 기존 주장을 갑자기 거둬들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검찰 수사결과를 인정할 수도 없으니 결국 부실수사론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애초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찰이 발표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하는 5만5천여건의 트위트 글은 사실상 국내에서 4개월간 생산되는 전체 댓글 2억8천만건 중 약 0.02%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미미한 수치를 가지고 조직된 선거개입이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침소봉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애초부터 특검 도입에 반대해온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면서도 특검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정보기관의 심리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부실·과장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으며, 과연 제대로 된 수사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가 부실하다면 이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다. 이미 기소가 됐기 때문에 재판중인 사항을 가지고 수사할 수는 없다”고 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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