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 파장]
새누리 ‘수세국면 전환’ 집중포화
청와대 ‘사퇴요구 불쾌’ 직접반격
민주당 ‘공세 휩쓸릴라’ 신중대응
새누리 ‘수세국면 전환’ 집중포화
청와대 ‘사퇴요구 불쾌’ 직접반격
민주당 ‘공세 휩쓸릴라’ 신중대응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서 나온 일부 발언을 꼬투리 잡아 눈덩이처럼 커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정국을 ‘종북 프레임’으로 빠르게 반전시키고 있다. 여권은 특히 정국이 불리해질 때마다 활용해 온 ‘대선불복’ 프레임의 효과가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연평도 포격 사건 3주기(23일)를 하루 앞두고 불거진 박창신 원로신부의 ‘북한 포격 옹호성 발언’을 활용하려는 듯 당정청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새누리당은 수세에 몰린 국면을 반전시킬 호기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24일 “미사에서 나온 발언 자체도 심각하다고 보지만, 국정원 트위터 글 121만건으로 (정국을) 치고 나가려던 야당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검찰의 추가 공소장 변경 신청으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껏 키우겠다는 셈법이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시국미사의 주 내용인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의 퇴진도 요구했다”며, ‘대통령 퇴진’과 연평도·천안함 사건 옹호성 발언을 곧장 연결시켰다. 김 원내대변인은 ‘시국미사의 주된 내용인 국가기관 대선개입은 왜 거론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사·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사제들이 얘기하는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 북한과 통합진보당의 입장을 주장하는 신부가 우리나라 국민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전주교구 미사가 열리기 전에 “기도는 (누군가가) 잘 되라며 은총을 기원하는 것”이라며 직설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시국미사에서 연평도 포격 등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 나온 이후 이 수석은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며 날선 반응을 내놓았다.
청와대가 이처럼 ‘국가관’까지 거론하며 직접 반격에 나선 배경에는, 일부이긴 하지만 종교계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등을 문제 삼아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에 대한 강한 불쾌감이 깔려 있다. 또 국민정서에 역행하는 발언들을 정면으로 겨냥해 ‘국가관 및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최근 촛불집회 등에서 나오고 있는 대통령 ‘사퇴’나 ‘하야’ 요구가 비상식적인 집단의 목소리라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번 ‘설화’를 계기로 민주당 등 야권의 ‘원샷 특검’ 요구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한꺼번에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주교구의 시국미사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야권의 대선불복’과 ‘엔엘엘 포기’로 몰아가려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오전에 간담회를 열어 “(시국미사는) 대통령과 여당이 자초한 일이다. (대선개입) 특검과 (국정원 개혁) 특위로 관계자 문책이 이뤄졌다면 이런 이야기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신부님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연평도나 엔엘엘 관련 인식엔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남일 석진환 조혜정 기자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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