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 트위터글 121만건 분석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와 블로그, 트위터 이용자 모임에 올라온 글들을 자동 전송프로그램을 이용해 온라인에 대량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2차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며 법원에 제출한 트위터 글 121만여 건의 분석 결과(2012년10월~12월)를 공개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은 (대선개입 의혹이) 직원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분석결과 조직적 선거개입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의 분석 결과를 보면, 국정원 직원들은 보수 성향인 <뉴데일리>, <독립신문> 등 인터넷 언론의 누리집과 트위터 ‘당’(트위터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 모임), 블로그 등을 정해 ‘트위터 피드’, ‘트위트 덱’이라는 ‘봇(bot) 프로그램’(자동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글을 퍼날라 주는 프로그램)에 연결했다. 즉 대선이나 정치 관련 글이 이들 누리집과 블로그 등에 올라오면 30분에서 1시간마다 1000개 안팎의 글들이 트위터에 무차별 유포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 카페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글도 국정원이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렇게 퍼뜨린 것으로 의심되는 글에는 “문재인이 제일 낫지 않냐? 북 김정은이 보기에 말이지”(2012년11월23일·개인블로그), “NLL 부정하는 종북좌파의 집권을 받아들일 수 없어 3040 청년호국회,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2012년11월6일·뉴데일리)” 등 특정 후보를 비하하거나 지지하는 내용도 많았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후보토론회나 여론조사 결과 발표 등 대선에 국민적 관심이 몰릴 때 국정원이 관련 글을 대량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후보의 단독 토론회가 열린 날, 3자토론이 열린 날 등에 박 후보를 지지하는 글 수천건이 리트위트됐다”고 했다. 같은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해 추석 전후 안철수 의원의 지지도가 높아지자 ‘박근혜 후보가 안 후보에 근소하게 앞선다’는 언론 보도를 202개 ‘봇’ 계정으로 대량 전송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북한과 종북세력 등 대적 심리전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자동 전파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나 이는 국내 정치관여나 선거개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트위터 ‘당’을 통해 대선관련 글을 퍼뜨린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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