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2일 오전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새누리당은 방송통제 의혹 규명과 방송독립성 보장을 위한 상임위 소집 요구에 즉각 응하라”며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색깔론 대형사건마다 종북·정치선동 세력 들먹
정쟁 프레임 책임 묻는 야당에 “새정쟁연합이냐”
시간 끌기 절차가 먼저라며 진상규명 ‘차일피일’
정쟁 프레임 책임 묻는 야당에 “새정쟁연합이냐”
시간 끌기 절차가 먼저라며 진상규명 ‘차일피일’
새누리당이 국가적인 비극인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논란’ 등 정치적 사건을 대할 때와 유사한 대응방식을 보이고 있다.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요구는 절차적 이유를 들어 시간을 끌고, 국민들의 비판은 색깔론이라고, 야당의 요구는 정쟁이라고 몰아붙여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방식이다. 야당에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새누리당식 매뉴얼이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우여 대표는 12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엄중한 시기임에도 정치적 선동을 하고 악용하는 정치세력이 있어 우리는 더욱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지목한 세력은 ‘세월호 촛불추모제’를 여는 시민단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선동세력’을 내세운 색깔론은 불리한 정치사건에 대해 새누리당이 내놓는 전형적인 대응이다. 2013년 6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 요구가 거셀 때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주임검사의 학생운동 이력을 거론하며 검찰 수사 결과에 색깔론을 덧입혔다. 지난 2월 국정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에서는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주한 중국대사관의 친북 성향 인사가 유우성씨의 변호인단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색깔론을 꺼냈다.
‘정쟁 프레임’도 다시 나온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11일 “어려운 시기에 대대적인 정쟁몰이를 하는데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새정쟁연합’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논평했다. ‘사태 수습이 먼저’라며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국정조사·특검 등의 요구를 정쟁이라고 몰아간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등은 야당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먼저 요구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내놓는 ‘사태 수습이 먼저’라는 식의 절차론은 이전의 정치적 사건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7월 국정원 국정조사 당시 △조사위원 자격 논란 △국정조사 공개 여부(방송 중계) 등으로 입씨름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또한 지난해 12월 국정원개혁특위에서는 △대공수사권을 의제에 포함시킬지 여부 △회의 공개 범위 △국회 예산 통제 문제 등을 내세워 야당이 요구한 진상조사의 발목을 잡았다.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세월호 사태에 대응할 매뉴얼은 없었지만 정치위기에 대응하는 매뉴얼은 있는 것 같다”며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정쟁을 지양하라고 하고, 국조·특검에 대해서는 일단 수용하는 척하면서 각론과 절차로 시간을 끌거나 트집을 잡아서 국면을 바꿔나간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도 ‘세월호 국정조사요구서를 공동으로 제출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김재원 새누리당 수석부대표는 “이제 국정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과 목적, 대상 제반사항을 등을 두고 의견조율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각론과 절차의 시간’으로 들어간 것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새누리당의 이런 대응방식은 보수적인 지지자들이 반응하는 부분을 전략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문제는 야당이 번번이 여기에 말려들어간다는 것”이라며 “야당도 ‘정쟁은 피해야 한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좀더 건설적인 비판방식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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