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선거구별 투표율
[7·30 재보선]
지방선거 2개월뒤 치러 ‘피로감’
순천·곡성 51% 동작을 46.8%
광주 광산을은 22.3% 그쳐
투표율 인물변수따라 큰 차이
지방선거 2개월뒤 치러 ‘피로감’
순천·곡성 51% 동작을 46.8%
광주 광산을은 22.3% 그쳐
투표율 인물변수따라 큰 차이
32.9%로 잠정 집계된 7·30 재보궐선거 투표율은 2000년 이후 14차례 치른 국회의원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 35.3%를 밑돈다. 투표일이 여름휴가철의 절정기와 겹치면서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저조했던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7월 말~8월 초에 치른 3차례의 재보선 평균 투표율은 29.5%(2002년 29.6%, 2006년 24.8%, 2010년 34.1%)에 머물렀다. 6·4 지방선거 뒤 채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치른 점 역시 유권자들의 투표 동기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지방선거 직후에 치르는 7~8월 재보궐선거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역대 결과를 보면 2002년 8월 재보궐선거에서는 13곳 중 11곳에서, 2006년 7월 재보궐선거에선 4곳 중 3곳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엠비(MB) 심판론이 비등했던 2010년 지방선거 직후에 있었던 7월 재보궐선거에서도 8곳 중 5곳의 승자는 한나라당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투표율의 지역별 편차다. 최고·최저 투표율의 격차가 무려 28.7%포인트나 됐다. 세월호 참사나 유병언 변사 의혹 같은 전국적 이슈보다 지역·인물 변수의 영향력이 컸다는 방증이다. 전국 15개 선거구 가운데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순천·곡성으로 51.0%를 기록했다. 서울 동작을이 46.8%로 뒤를 이었다. 두 지역 모두 여야 후보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곳이다.
야당의 텃밭인 순천·곡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예산폭탄론’을 앞세워 선전을 펼치고, 선거 구도가 순천-곡성의 소지역주의 대결 양상을 띠면서 투표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동작을은 서울의 유일한 재보선 지역인데다,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를 성사시킨 뒤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를 맹추격하면서 최대 관심지역으로 떠오른 경우다.
반면 광주 광산을은 새정치연합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책임자인 권은희 후보를 내세웠음에도 재보선 지역 중 가장 낮은 22.3%의 투표율을 보였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호남지역의 특성상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례적으로 낮은 투표율에는 새정치연합의 공천 파동과 권 후보 남편의 재산 논란에 따른 지역 유권자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당 텃밭 지역으로 22.9%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부산 기장·해운대을은 새누리당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일찌감치 판세가 기운 경우다.
사전투표가 최종 투표율에 미친 영향은 애초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7~8월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인 29.5%에 견줘 3.4%포인트 안팎의 투표율 견인 효과가 있었다는 ‘단순 해석’도 가능하지만, 사전투표율이 역대 재보선 최고치인 7.98%였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 소극 투표층을 투표장에 불러내는 ‘유입’ 효과보다는 성실 투표층을 미리 투표하게 만드는 ‘분산’ 효과가 컸던 셈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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