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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아전인수식 여론조사 선거운동 곳곳 잡음

등록 2016-02-09 15:08수정 2016-02-11 10:53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화면접원들이 전화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화면접원들이 전화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치BAR]
더불어민주당 강동원 의원은 1월21일 전북 순창·남원 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진행된 여론조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 여론조사 업체가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약 20대 총선에서 장영달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으로, 강동원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선생님께서 다음 중 누구를 지지하겠습니까?”라고 질문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시는 더불어민주당의 호남권 의원들이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만든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움직임이 한창인 때였다. 강 의원은 “더민주를 탈당할 의사도 없고 탈당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이 질문을 들은 유권자들은 내가 탈당한 것처럼 오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여론조사 방식이 문제 있다고 판단해 중단시켰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향식 공천 확대로 여론조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후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오게 하려다 보니 왜곡·조작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서울의 한 지역구에 출마한 예비후보는 “경쟁 후보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할 때 내 주요 경력을 빼고 조사를 진행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기관 쪽에서 공정성 시비 때문에 거절하자 업체와 계약이 무산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를 돌려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아무개 후보를 찍어달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박명재(포항 남·울릉) 의원도 지난달 초 선관위에 “총선 예비후보들의 단기전화 다량 설치, 착신 전환 등 여론 왜곡 행위에 지도·단속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 의원 쪽은 “2년 전 이 지역 지방선거에서 착신전환 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재발 방지 차원에서 선관위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 후보 쪽에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급상승했다”고 홍보하자 이를 견제하는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뿐 아니다. 2월5일 방송된 <한겨레TV>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이경주 피디·박연신 작가) 84회를 보면,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으로 의심할 사례들이 다수 등장한다. 월드리서치라는 조사기관은, 서울 마포을 유권자를 대상으로 새누리당 예비후보 지지도 조사를 하면서 이미 서울 용산 쪽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강용석 전 의원을 포함시킨 반면, 유력후보인 황인자 의원은 누락해 피조사자의 항의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 새누리당 대구 동을 예비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한 기관은 현역 의원인 유승민 의원을 선택지에서 빼기도 했다. 유력한 유 의원을 뺀 조사 결과는 ‘친박’ 예비후보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치 뉴스에 어두운 유권자라면 자칫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다더니 탈당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28일까지 선거 여론조사 관련 이의신청·모니터링 18건을 조사한 결과, 공직선거법 위반사항 7건을 적발해 경고·준수 촉구·시정명령 조처를 했다. 강원 동해·삼척 지역에서 한 여론조사기관은 유권자들에게 “원주-강릉간 고속전철의 동해삼척 연장 실패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등 편견이 개입된 표현을 써 문제가 됐고, 대전에서는 한 기관이 조사 대상에서 특정 연령층을 누락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경선을 추진하는 새누리당은 ‘유령당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론조사에 30% 반영되는 당원 투표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해당 지역구에 살지 않으면서 주소만 옮겨놓아 한 주소지에 40명이 등록되는 등 조작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 부정경선 논란이 불거졌던 통합진보당에서 논란이 됐던 사례와 유사하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0일 “허위 입당 사례 등을 적발하기 위해 당원명부 정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대전시당 예비후보 강영환·곽영교·김세환·신진 등 4명은 지난 3일 대전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 중구에만 유령 당원이 최대 300명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원 전수조사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전시당은 성명을 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중복주소 당원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법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여야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가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이경미 김보협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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