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눈가를 만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민주 대규모 물갈이
1차, 2차 정밀심사 방침에 볼멘소리
‘제2의 탈당사태’ 우려도
전문가 “의정 연속성 훼손” 지적
일부 당직자는 “신선한 충격”
1차, 2차 정밀심사 방침에 볼멘소리
‘제2의 탈당사태’ 우려도
전문가 “의정 연속성 훼손” 지적
일부 당직자는 “신선한 충격”
22일 더불어민주당에 예고된 ‘김종인표 공천 피바람’은 이달초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한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명한 홍창선 공관위원장은 문재인 대표 시절 만든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 방침을 “백지화하겠다”며 물갈이 폭이 훨씬 클 수 있다고 암시해왔다.
■ ‘국민 눈높이’에 맞춘 개혁공천? 공관위원들이 1차 컷오프(하위 20%)에서 살아남은 의원들을 가운데 선수별로 하위 30(재선 이하)~50%(3선 이상)를 추려 정밀심사를 하기로 한 것은 ‘개혁공천’에 대한 압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한 공관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천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을 풀어주려면 중진 의원들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며 3선 이상은 하위 50%까지 정밀심사 대상에 넣기로 했다. 현재 더민주 의원 108명 중 공천을 신청한 현역 의원은 100명이다. 이 가운데 초선은 50명, 재선 23명, 3선 27명이다. 재선 이상 의원들이 1차 관문인 20% 컷오프에서 모두 살아남는다고 해도 20여명이 또다시 2차 정밀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 당직자는 “실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런 평가 과정을 거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배지’들의 목줄 쥔 외부 인사들 의원들이 무엇보다 불만스러워하는 것은 2차 컷오프 때 여론조사·경쟁력 조사 결과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지만, 정치와 상관없는 경력을 쌓아온 외부 인사들이 뭘 근거로 ‘가부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더민주의 공관위는 17대 때 비례를 지낸 홍창선 공관위원장,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정장선 전 의원(3선), 17대 비례였던 서혜석 전 의원,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우태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이강일 행복가정재단 상임이사, 박명희 전 한국소비자원 원장, 최정애 동시통역사, 김가연 오픈넷 상근변호사다. 이들 공관위원은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홍창선 공관위원장이 의논해 선임했다고 하는데, 공관위 구성 직후 당내에선 ‘낯선 인사들이 많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비상대책위원인 한 중진 의원조차도 “9명 중 3명밖엔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당을 떠나지 말라고 서로 눈물겹게 말렸던 동료 의원들의 운명이 당 사정도 잘 모르는 외부 위원들의 손에 의해 잘리게 된다니 참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현역들의 거센 반발 예고 그렇잖아도 23일이면 1차 컷오프 결과의 봉인이 해제되는 터라 가뜩이나 초조한 상황인데 2차 컷오프 방침까지 발표되자, 의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또다른 수도권의 3선 의원도 “현역 의원들을 엄격하게 심사하자는 취지는 알겠으나 당내 논의 과정 없이 (공관위원들이) 뭘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김종인 대표는 문 대표가 결단해서 세운 사람이라 이해하고 발언을 자제해보려 했지만 공천 과정과 관련해서 우려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의원들 사이에선 의총이라도 소집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한 당직자는 “대형 폭탄이 떨어진 거다. 국민의당은 수도권에서 당선될 만한 후보군이 별로 없는데 공천 과정에 불만을 품은 더민주 의원들이 뛰쳐나가면 덥석 받아주지 않겠냐. 제2의 탈당 사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 더민주에 약 될까 독 될까 대규모 공천 물갈이가 총선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다선은 악이고, 교체는 선이란 고정관념은 잘못된 것이다. 기득권을 깬다는 구실로 물갈이만 강조해 의원 교체비율을 높이는 데만 신경써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천을 ‘국민 불만 해소’ 차원에서 접근해 물갈이 비율을 필요 이상으로 높일 경우 의회정치의 연속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탈락하는 현역 의원의 대체카드가 충분히 확보된 것도 아니다. 전임 지도부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한 다선 의원은 “공천 물갈이는 투입할 ‘예비군’을 충분히 확보해 놓은 뒤 선거구도와 전략에 맞춰 주도면밀하게 시행해야 한다. 대안 없이 현역을 쳐낸 뒤 빈자리를 채우려고 돌려막기를 하다가 선거 콘셉트와 전략이 모두 헝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내 분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상훈 정치발전소장은 “선출된 지도부의 붕괴로 권력을 위임받은 임시지도부가 대규모 물갈이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이세영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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