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박 대통령이면, 무조건?…대구를 중세로 만드는 ‘진박’

등록 2016-03-04 16:03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비박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총선 이후에도 당을 장악하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김무성 대표 간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뜻을 한 번도 거스른 적 없는 최경환 의원이 ‘진박 인증 투어’에 나서 거침 없는 발언을 ‘피 토하듯’ 쏟아내고 있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비박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총선 이후에도 당을 장악하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김무성 대표 간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뜻을 한 번도 거스른 적 없는 최경환 의원이 ‘진박 인증 투어’에 나서 거침 없는 발언을 ‘피 토하듯’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석 자 업은 대구의 진박 후보들, “내가 가장 진실한 사람” 우겨도 판세는 열세…
친박, 진박이 대구를 삼권분립 불모지로 만든 결과는 전국 꼴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
대구 선거판이 어지럽다. ‘진박’(진짜 친박) 때문이다. 이번 4·13 총선은 대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확실하게 영향력을 미치는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를 등에 업고 지역주의에 기대 국회의원을 해보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도 부족해 37년 전 세상을 떠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선거사무소에 걸어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1월21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식당에서 대구에 출마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중남구),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동구갑),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동구을),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구),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북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달성군) 등이 모였다. 이들은 “대구 발전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앞으로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유명한 대구의 ‘진박 6인 회동’이다. 이들은 ‘진박 어벤저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곽상도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달성군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까지 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 1월11일 갑자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출마 지역을 옮기게 됐다”며 중남구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곽 전 수석이 비켜준 달성군 선거구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1월15일 추경호 전 실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원래 대구 북구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8일 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 선거구로 옮겨갔다. 대신 북구갑 선거구에는 지난 1월20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출마했다. 마치 장기판 같다. ‘박근혜’라는 이름을 업었다고 생각한 ‘진박’들의 배짱이다. 다른 지역이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대구에서는 이렇게 벌어진다.

‘친박’이라는 말이 처음 대구를 휩쓴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치러진 제18대 총선(2008년 4월)이다. 친이계에 의해 친박계의 ‘공천 학살’이 있던 선거였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 일부가 뛰쳐나가 ‘친박연대’라는 이름을 달고 출마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당시 대구 달서구병 선거구에 친박연대로 출마해 당선된 인물이다. 이때는 친박계가 대구 사람들에게 동정을 얻었다. 그래서 ‘친박’이라는 단어에 거부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출현한 ‘진박’을 바라보는 대구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보수적인 대구 사람들은 그런 별난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한 그들에게 동정을 보내줄 리도 만무하다.

이런 대구의 민심은 최근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크게 밀리고 있다. 곽상도 전 수석과 정종섭 전 장관, 윤두현 전 수석도 친유승민계 초선으로 분류되는 김희국·류성걸·김상훈 의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진박 감별사’, 어디로 가시나이까

‘진박 감별사’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3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서 열린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로 ‘진박 인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박 감별사’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3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서 열린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로 ‘진박 인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진박’들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다닌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월4일 “헌법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간관계가 먼저”라며 유승민 의원을 비판했다. 헌법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의리가 중요하다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그는 지난해 12월19일 현역인 유승민 의원을 잡겠다며 동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누가 진실한 사람인지 헷갈릴 테지만 조(조원진)가 (찾아)가는 후보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원내수석부대표에게는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시·청도군)은 지난 2월3일 추경호 전 실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뽑아주면 일단 한번 해주고(국회가 밀어주고) 나중에 잘하니 못하니 하는 게 민주주의 아니냐.” 그는 또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구나. 북한은 좋은 나라이고. 이게 말이 되느냐. 지금까지 이런 (역사) 교과서 고친 대통령이 있었느냐. 박근혜 대통령 아니면 못해낸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우리나라는 다른 대부분의 나라처럼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뉜 삼권분립 제도를 헌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 수장은 대통령이며, 입법부인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돼 있다. 국가권력을 3개로 나눠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1787년)과 프랑스(1791년)가 삼권분립을 헌법에 처음 명시했다. 최 의원과 조 원내수석부대표 같은 ‘진박’들은 대구를 헌법과 삼권분립 제도가 없었던 중세시대로 보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달성군을 지역구로 네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에서 새누리당 싹쓸이 선거가 시작된 것은 2000년 4월 치러진 제16대 총선부터였다. 이때부터 대구 사람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친박’에게 표를 줬다. 전두환 정권 때 치러진 제12대 총선(1985년)에서도 야당 후보를 절반이나 뽑아줬던 대구의 야성은 이때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근대로 가는 결정이 남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전두환 정권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구는 쇠락의 길만 걷고 있다. 1992년부터 23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5년 4월 지역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는 노동자들의 평균 월임금 총액이 267만원으로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낮다. 울산(423만원)과는 아예 갑절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구 노동자들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190.5시간으로 전국 평균(187.9시간)보다 길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 자료를 봐도 대구의 한 해 가구 평균 근로소득은 2696만원으로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해에만 20대 청년 6100명이 일자리가 부족한 대구를 떠났다. ‘친박’은 지난 17년 동안 대구 사람들로부터 몰표를 받았지만, 그동안 대기업 하나 유치한 게 없다. 대구가 얻은 것이라고는 ‘수구 꼴통’의 이미지 밖에 없다.

그런데도 ‘친박’이 ‘진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나타나 또다시 표를 달라고 한다. 그들은 대구를 언제든지 군주(박근혜 대통령)만 내세우면 표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본다. 그들을 저렇게 만든 일부 책임은 17년 동안 몰표를 준 대구 사람들에게 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대구는 과연 이번 총선에서 중세를 벗어나 근대로 넘어갈 수 있을까. 대구 사람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김일우 <한겨레> 지역에디터석 기자 cooly@hani.co.kr

<한겨레21>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이준석 “당선인이 역정, 이례적”…윤, 강서·포항 공천개입 정황 1.

이준석 “당선인이 역정, 이례적”…윤, 강서·포항 공천개입 정황

이재명 선고에 민주당 참담…“사법부는 죽었다” “명백한 정치 탄압” 2.

이재명 선고에 민주당 참담…“사법부는 죽었다” “명백한 정치 탄압”

예금자보호 1억…소액예금자가 은행 ‘도덕적 해이’까지 책임지나 3.

예금자보호 1억…소액예금자가 은행 ‘도덕적 해이’까지 책임지나

이재명 ‘중형’에…한동훈 “법 따른 판단한 사법부에 경의” 4.

이재명 ‘중형’에…한동훈 “법 따른 판단한 사법부에 경의”

윤 대통령 지지율 20%…‘김건희 문제’ 5주째 부정평가 1위 [갤럽] 5.

윤 대통령 지지율 20%…‘김건희 문제’ 5주째 부정평가 1위 [갤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