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20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 후보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경선토론회를 하고 있다. 토론회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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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비례대표 추천은 4년 전 19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확연한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여전히 ‘소수자 배려’가 핵심 콘셉트라면, 김종인 체제 등장 이후 ‘운동권 정당’ 색채 지우기에 열심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문성’이 키워드다.
새누리당은 이번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여성·장애인·소외계층을 안정권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 때 결혼이주여성인 이자스민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통일교육원장 등을 공천해 ‘재미’를 봤던데다, ‘부유층·기득권 정당’이란 새누리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해서다. 이미 비례대표 후보자의 최소 여성 비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상향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중국동포 출신 귀화자’ 비례대표가 탄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월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우리 이민 정책은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 보수 쪽 논객으로 맹활약하며 김무성 대표로부터 ‘영웅’이란 극찬을 받은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상위 순번에 배치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가 7석 줄어들더라도 ‘20번’까지는 안정권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당 출현으로 바짝 긴장했지만,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자 다소 안심하는 모습이다. 당내 친박계 핵심 의원은 “국민의당이 두자릿수 득표율을 받으면,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석은 (19대 총선 때 자유선진당과 합쳐 얻은 27석보다) 9~10석 줄어들 것”이라며 “결국 국민의당이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비례대표 공천 콘셉트는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이다. 19대 총선 때 ‘개혁성’을 앞세웠다가 ‘코드 공천’ 시비에 휘말렸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에는 분야별로 대표성이 있는 사람이 들어가는 게 맞다. 특히 수권정당의 신뢰감을 주려면 당장 나랏일을 맡겨도 괜찮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운동권·시민사회 인사의 충원 비율을 낮추고 당이 이번 총선 핵심 어젠다로 내세우려는 ‘경제민주화, 포용적 성장’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인물을 전진배치하겠다는 얘기다.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 명부에 없던 외교·통상·과학기술 전문가 영입도 점쳐진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지도부 의중이 반영될 여지가 커진 것도 변수다. 지난달 29일 당무위원회가 공천규칙 변경 등 선거와 관련한 주요 결정권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주변에선 “지도부가 구상한 선거 전략·구도에 맞는 인물을 배치할 수 있게 당대표의 재량권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민주는 목표치인 35% 정도의 정당득표율을 얻을 경우 15~16명의 당선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발이 변수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논리로 운동권 출신을 안 뽑겠다는 게 이승만 정부가 독립운동한 사람 배제하고 친일 관료들 등용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지도부 재량권을 키울 경우 비례대표 공천이 자칫 과거와 같은 지도부의 ‘자기 사람 심기’ 수단으로 전락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세영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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