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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경욱 논문 표절 논란, 한글→영어 번역?

등록 2016-03-10 13:51수정 2016-03-17 10:43

민경욱.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민경욱.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내용 상당부분 다른 사람이 쓴 석사논문 내용, 영어로 번역 의혹
학술단체협의회는 19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2012년 5월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아온 여야 국회의원 당선자 7명의 논문을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심각한 표절” 판명이 나왔는데, 이 가운데 문대성 당선자의 박사·석사학위 논문 표절이 특히 심각했다. 문 의원은 논란 끝에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2년여가 지난 뒤 논란 속에 다시 복당했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문 의원은, 지난 1월 지역구를 부산 사하갑에서 인천 남동갑으로 바꿔 출마하겠다며 불출마 번복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 후보를 포함해 20대 총선에 출마한 이들도 어김없이 논문 표절 의혹이나 논란을 겪고 있다.

대구 동갑에 출마한 정종섭 후보는 지난 2014년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논문 ‘삼중 자기표절’ 의혹을 샀다. 1991년 6월에 쓴 논문과 거의 유사한 논문을 2년 사이에 두 차례 더 다른 학술지에 중복 게재했기 때문이다. 또 2005년 학술지에 쓴 논문과 거의 유사한 논문을 2006년 다른 학술지에 다시 실은 것이 논란이 됐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 출마한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경북 상주)은 최근 경쟁 후보들로부터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지역 유권자들에게 사과한 뒤 당에 윤리심의를 스스로 요청하기도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경기 시흥갑)도 석사학위 논문이 관련 서적 내용을 상당부분 가져다 썼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상태다.

<한국방송> 기자·앵커 출신으로 2014년 2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10월 청와대를 나온 민경욱 후보(인천 연수을)도 논문 표절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민 후보는 <한국방송> 입사 전 공보처 해외공보관 전문위원으로 있던 1991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쓴 석사논문이 입길에 올랐다.

영어로 쓴 100여쪽짜리 논문(본문 88쪽)은 해외홍보원(korean overseas information service·코이스)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삼았다. 그런데 본문 8~28쪽, 31~88쪽의 내용 상당부분이 1989년에 다른 사람이 쓴 석사논문(<한국해외홍보체계에 관한 연구>)과 1977년 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한국 해외홍보 증진을 위한 이론적 탐색>) 내용을 영어로 그대로 번역한 것이란 의혹이다. 실제 한글 논문에 실린 본문과 표 등 뼈대가 되는 내용 대부분이 영어로 번역돼 실렸다. 두 논문이 참고문헌 목록에 있기는 하지만 인용표시가 이뤄진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다.

특히 외국학자의 논문을 인용했다고 각주를 단 대목(본문 9쪽)의 경우, 실제 해당 논문에 쓰인 영어 문장(“the management of collective attitudes by the manipulation of significant symbols”)과 민 후보가 논문에 인용한 영어 문장(“the activities to control the opinion of majority through manipulating meaningful symbols”)이 달랐다. 민 후보가 참고한 한글 논문이 외국학자의 논문을 인용하며 번역한 문장(“의미있는 기호의 조작을 통하여 대중의 태도를 관리하는 행위”)을 민 후보가 영어로 재번역하는 과정에서 외국논문과 표현이 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의 단어·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를 표절로 규정한다. 이 지침은 2014년 제정돼 민 후보의 논문이 작성된 1991년 당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민 후보는 10일 “당시 해외홍보원(코이스) 최신데이터를 합해 논문을 썼다. 영어로 수업하고 논문을 쓰는 국제학대학원이 생긴 직후였는데 의욕적으로 100여쪽에 달하는 영어 논문을 썼다. 지도교수들도 한국 내 학문 등을 영어로 세계에 알리는 학문적 공로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했다. 민 후보는 “석사학위 논문이라 학문적으로 성숙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여러 논문을 참고하고 문헌목록에도 넣었다. 논문에 나만의 새로운 생각과 데이터를 포함시켰다. 일반적으로 표절은 영어를 영어로, 한글을 한글로 옮기는 것으로, 다른 논문 표절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자신이 쓴 한글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해외학술지에 싣는 것도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선행 논문 두 편의 인용이 제대로 안 됐다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수대학원 논문의 경우 일반대학원처럼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대학 내에서 석사논문과 박사논문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학 다른 교수는 “요즘은 번역도 학문적 성과로 인정받기는 하지만 논문과 번역은 다르다”고 했다.

민 후보는 지난해 12월 출마선언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며 찍어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 일부 문장과 단어를 가져다 써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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