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홍영표 등 단수로 공천
변화 꾀하며 반발 최소화 의도
변화 꾀하며 반발 최소화 의도
14일 사실상 마무리된 ‘김종인표 물갈이’의 특징 중 하나는 당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성향의 현역 의원들에 대한 ‘투트랙 전략’이다. 친노·친문 가운데서도 상징성이 있는 중진 의원들은 컷오프(공천배제)하거나 공천에서 탈락시키돼, 경쟁력을 갖춘 초·재선 현역 의원들에겐 공천장을 주는 게 김종인 대표의 ‘친노 색채 빼기’ 전략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날 당내 ‘친노 좌장’으로 꼽히던 6선의 이해찬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하고, 초선이지만 ‘친노 핵심’으로 분류돼온 전해철 의원(안산상록갑)은 공천을 받은 게 김종인표 물갈이의 대표적인 예이다. 두 의원은 공천관리위의 정밀심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비대위의 ‘정무적 판단’ 대상에 오른 경우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이러한 전략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27일 당권을 잡은 뒤 “당내에서 친노·운동권 색깔을 빼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친노·운동권과 다 결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다소 모순적인 발언을 해왔다.
김 대표는 3선 이상 중진들을 솎아내며 ‘친노 청산’이란 메시지를 던지려 한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마련된 시스템 공천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문희상(5선)·유인태(3선)·노영민(3선) 의원 등이 ‘현역 하위 20% 컷오프’에서 1차로 물갈이됐다. 당내 범주류의 핵심축을 이루던 인물들이다. 2차 공천부터는 김 대표가 직접 손에 피를 묻혔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강기정 의원(3선)이 전략공천으로 공천에서 배제했고, 이날 이해찬 의원과 함께 5선의 이미경 의원도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들 모두 친노 핵심은 아니지만 당내 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반면, ‘친노, 친문’ 색채가 강한 김태년(재선)·홍영표(재선)·박남춘(초선)·최민희(초선 비례대표) 의원 등에겐 단수공천을 줬다. 대체로 지역구 경쟁력을 지닌 인물들로 평가된다.
김 대표의 이런 ‘투트랙 전략’은 ‘친노 색채 빼기’로 중도층에 구애를 보내면서도, 대안이 없는 경우에는 물갈이 폭을 최소화하겠다는 현실적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 쪽 관계자는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다선의 상징성 있는 인사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행보에 핵심지지층의 반발이 이어지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결국 이해찬 의원 물갈이 등으로 호남과 수도권에 메시지를 던진 건데,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총선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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