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서울 마포을) 의원이 12일 오전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돼 공천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재심을 신청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지지자들의 사이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과연, 정청래 의원을 탈락시킨 ‘주범’은 누구일까?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공개된 정의당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컷오프에 개입한 사람이 박영선 비대위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유시민 “정청래 컷오프는 박영선·이철희 작품”)
하지만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핵심 당직자 등 당 안팎에서는 정청래 의원 컷오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박영선 비대위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목한 것은 근거가 약하다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상황을 꼼꼼히 복기해 보자.
#9일 밤 공천관리원회에서의 가부투표
공천관리위원회는 9일 밤 정 의원의 평소 ‘막말’을 문제삼아 컷오프 여부에 대한 가부투표를 했다. 본래 홍창선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공관위는 가부 동수가 나올 경우엔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게 공관위 규정이다. 다른 공관위원들이 홍 위원장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자고 의견을 모아, 홍 위원장도 다른 위원들과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 정 의원의 컷오프 관련 투표가 끝나고 홍 위원장이 투표함을 열어볼지 의견을 묻자, 다른 공관위원들은 “그 위험한 걸 우리는 열어보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10일 아침 비대위 회의
홍 위원장은 10일 아침 비대위 회의 전에 투표함을 열어봤으나 비대위에선 “가부투표 결과 정 의원을 공천 탈락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보고했을 뿐 그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홍 위원장의 보고가 끝나자 박영선 비대위원이 먼저 “그 지역(마포을)은 좀더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지지층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를 표했고 곧이어 다른 위원들도 박 위원의 의견에 동조하는 뜻을 표했다. 그러나 홍창선 위원장 등이 “공관위의 결정대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찬반 의견을 듣고 있던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마지막에 “그런 식으로 다 고려하면 공천 못한다. 공관위 결정에 따르자”고 정리해 정 의원의 컷오프가 최종 결정됐다. 이날 정 의원 공천을 논의한 회의 자리엔 비대위원만 참석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철희 본부장은 아예 배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밀기 위해 여론조사까지?
유시민 전 장관이 박영선 위원이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다른 후보를 집어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 의원 탈락을 주도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박 위원과 이철희 본부장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이들이(박 위원과 이 본부장) 공천 주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었고, 여기저기에 여론조사를 했더니 마포을에 (공천주고 싶은 사람을) 내보내도 이길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에 대해 “내가 전략기획본부장이긴 하지만, 여론조사를 돌려보는 것은 내 소관이 아니며 마포을에서 그런 여론조사를 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4·13총선을 앞두고 더민주 총선기획단은 전략기획본부, 조직본부, 디지털소통본부, 메시지본부, 경선관리본부, 정세분석본부로 구성돼 있는데, 공천 심사 자료 마련을 위한 여론조사 기획과 실시는 정세분석본부가 담당하고 있다. 박 위원 쪽도 “특정 누구를 마포을에 민 적이 없으며 여론조사를 한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팟캐스트 <이이제이>에서 박 위원과 이 본부장이 정 의원 컷오프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온 뒤, 누군가가 박 위원과 이 본부장의 연락처를 인터넷에 공개해 이들은 하루 수백여통의 문자폭탄과 욕설이 뒤섞인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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