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 자택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기초연금 공약파기 비판’ 진영
‘쓴소리맨’ 이재오 탈락
‘친유’ 김희국·조해진·이종훈 배제
“무소속 출마 여부 상의해 볼 것”
‘쓴소리맨’ 이재오 탈락
‘친유’ 김희국·조해진·이종훈 배제
“무소속 출마 여부 상의해 볼 것”
눈 밖에 난 의원들은 우수수 ‘낙천’됐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5일 밤 발표한 공천자 명단에서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박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과 가깝게 지낸 의원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비박계는 초토화됐고, ‘유승민계’도 궤멸됐다.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 확실하게 ‘공천 탈락’으로 보복한다는 메시지를 공표한 것으로 보인다.
친이(명박)계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에겐 오래 쌓인 ‘괘씸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평소 박 대통령의 신경을 건드릴 만한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야당 강세 지역인 서울 강북에서 자전거로 지역을 샅샅이 누비며 5선을 쌓은 저력을 바탕으로 청와대에 할 말을 해왔다. 새누리당이 1석을 잃어도 감수하겠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공관위는 이 지역에 유재길 전 대통령비서실 자문위원을 단수로 공천했다.
공관위는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정부안 후퇴’에 반발해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사퇴한 진영 의원(서울 용산·3선)의 지역구를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하면서 자연스레 진 의원을 탈락시켰다. 앞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고령’ ‘편한 지역 다선 의원’ ‘당 정체성 위반’ 등을 공천탈락 기준으로 줄곧 밝혀왔는데, 이재오·진영 의원도 탈락 명단에 드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비박계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도 공천 탈락했다. 안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원 활동) 1년도 안 됐는데 어떤 기준으로 잘랐는지 모르겠다”며 “내일 최고위원회의에 재심을 청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가장 논란이 됐던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는 결정하지 않은 채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은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원내부대표로 활동했다.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역시 유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였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인 원내대변인을 했던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분당갑)도 낙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유 의원 쪽에서는 유 의원만 남기고 주변을 자르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겨왔는데 결국 현실화됐다. 이날 의원 4명 탈락에 앞서 전날에도 유 의원과 가까운 홍지만(대구 달서갑)·이이재(강원 동해·삼척) 의원이 공천배제됐다.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로 공천 결과를 예의주시하던 대구 친유승민계 의원들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류성걸 의원실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무소속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뒤 물러날 때 자신과 가까운 이들에게 “총선에서 다들 잘되어 (살아)남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승민 의원마저 공천 탈락이 결정될 경우 이들의 무소속 출마 여부가 총선에서 커다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국 의원실 관계자는 “무소속 출마 여부는 개별적인 판단은 아닌 것 같고 탈락된 의원들끼리 모여서 상의를 해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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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박근혜 왕정’과 ‘상왕식 공천’/ 더 정치 #13
왼쪽부터 이재오·진영·조해진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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