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몫 뺀 사실상 1순위 ‘셀프 공천’
당 안팎 “낯 뜨겁지 않나” 비판
당 안팎 “낯 뜨겁지 않나” 비판
20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출마를 두고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 대표로서 행사할 수 있는 3명의 공천권을 자신에게 행사한데다 여성 몫인 1번을 빼면 사실상 ‘1순위’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당권을 틀어쥔 지난 1월부터 당 안팎에선 그의 비례대표 출마와 총선 이후 행보를 두고 숱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비례대표 출마설을 일축해왔다.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장 당 안팎에서 김 대표의 ‘셀프 공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보통 여야 대표는 당선권 아래 순번을 받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절박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결정이다. 지지율에 영향 끼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종인 대표의 셀프 전략공천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어 “과거 어느 정당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사실상 1번인 비례 2번을 당 대표가 차지한 적은 없다”며 “비례대표 진출설을 극구 부인하더니 낯이 뜨겁지 않으냐”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총선 뒤에도 당에 남아 ‘당권’을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 스스로는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견물생심 아니겠느냐”며 “어디까지 노리는지는 몰라도 당장은 당을 떠날 생각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슨 문제가 있나. 결과를 보고 나중에 이야기를 하시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김 대표는 11대, 12대, 14대에 전국구 의원을 지냈고 17대 총선에서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2번을 받은 바 있다.
엄지원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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