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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친박패권 강화…김무성계도 대부분 살아남아

등록 2016-03-20 21:00수정 2016-03-20 22:53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낮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결과 등 공천명단을 발표한 뒤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낮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결과 등 공천명단을 발표한 뒤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인물 없는 새누리 공천

253곳중 230여곳 확정
친이계 이재오 등 사실상 ‘전멸’
대구 유승민계, 김상훈만 통과

43%가 ‘전략공천’…‘상향식’ 공염불
규정 비틀어 진박꽂기·미운털 제거
19~20일 새누리당 4·13 총선 공천을 위한 경선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74개 지역구 후보가 새로 확정됐다. 253개 지역구 중 230여곳에서 출마자가 결정된 이번 공천은 ‘친박근혜계 패권 공천’으로 귀결되고 있다. 김 대표가 2년 가까이 공언한 ‘상향식 공천’은 상당 부분 허물어졌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소수자 보호 규정을 악용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인물들을 내쳤다.

■ 주말 경선 대혼전 김무성(부산 중·영도)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경기 화성갑), 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김을동(서울 송파병)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모두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이 확정됐다. 이은재 전 의원(서울 강남병), 손수조(부산 사상), 김정재(경북 포항북) 후보가 여성 우선추천으로 공천장을 받게 됐다. 대구 북을(장애인 우선추천)에는 양명모 후보가, 경기 용인을(우선추천지역)에는 허명환 후보가 낙점됐다.

새누리당 계파별 공천 성적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갑에서는 현역 심윤조 의원이 떨어지고 이 지역 재선인 이종구 전 의원이 공천장을 받게 됐다. 서초갑에서는 원조 친박에서 유승민계로 이동한 이혜훈 전 의원이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눌렀다. 충남 서산·태안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리스트’를 남겼던 고 성완종 전 의원의 동생인 성일종 후보가 현역 김제식 의원을 누르고 형의 지역구 후보로 나서게 됐다.

현역끼리 맞붙은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에서는 황영철 의원이 한기호 의원을 꺾었다. 대구에서는 유승민계인 김상훈 의원(서구)이 ‘진박 인증샷’을 찍었던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눌렀다. 북갑에서도 ‘진박 인증샷 6명’에 속한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경선에서 떨어졌다. 유승민계인 민현주 의원(비례·인천 연수을)은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패했다.

김종태 의원에게 패한 친박 핵심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외에 장윤석(경북 영주·문경·예천), 정수성(경북 경주), 정희수(경북 영천·청도), 정윤숙(비례·충북 청주흥덕), 황인자(비례·서울 마포을), 이운룡(비례·경기 고양병) 의원도 낙천했다. 비박계의 김영우(경기 포천·연천) 의원, 친박계 조원진(대구 달서병), 구상찬(서울 강서갑) 전 의원은 공천장을 받게 됐다.

공관위는 20일 밤 “또 다른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며 김무성 대표가 재심의를 요구했던 주호영 의원(3선)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을 애초 결정대로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최종 결정해 최고위원회에 보고한다고 했다.

■ 하나 걸러 친박·진박 20일까지 확정된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를 보면 계파별 희비가 뚜렷이 나타났다. 친박근혜계는 서상기·김태환·윤상현 의원 공천 배제와 김재원 의원의 경선 패배 등 일부 탈락이 있었지만 최경환·정갑윤·황우여·홍문종·조원진 의원 등 현역 의원 다수가 살아남았다. 친이명박계, 친유승민계 의원 탈락 자리에 정종섭·곽상도·추경호·민경욱 등 청와대·정부 출신 인사를 채워넣는 성과도 챙겼다.

반면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찍힌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종훈·조해진·김희국·권은희·류성걸·민현주 의원은 공천 배제되거나 경선에서 패했다. 김상훈 의원만이 유일하게 경선 관문을 통과해 공천을 받았다.

친박계 주도의 공천에 “직을 걸 수도 있다”며 ‘옥새 투쟁’까지 내비치며 저항하는 듯했던 김무성 대표는 이 와중에 자신의 ‘식구’들이 모두 살아남는 실속을 챙겼다. 김학용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성태·권성동·강석호·김영우 의원 등 대부분이 공천을 받았다. 친이명박계에서는 이재오·주호영 의원과 원외 임태희·강승규·김두우 후보 등이 공천 배제됐고, 이동관·최금락·진수희 후보도 경선에서 패배했다. 19대 총선에서 ‘공천 학살’을 당한 데 이어 20대에도 전멸하다시피 한 것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정치학)는 “과거에도 공천 학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대구에 가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과거보다 청와대의 영향력이 더 심하게 눈에 띄었다”며 “대통령을 보호하는 사람 한 명이 국회에 들어가는 게 그렇지 않은 두세 사람 들어가는 것보다 낫다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 결국 이번에도 전략공천 ‘박심 공천’을 주도한 인물은 전략공천의 칼을 휘두른 이한구 공관위원장이다. 후보자나 공천 방식이 확정된 249곳 가운데 전략공천이나 마찬가지인 단수·우선추천이 108곳으로, 43%를 차지했다. 단수추천이 96곳(38.5%)이었고, 소수자 배려 취지의 우선추천은 12곳(4.8%)이었다. 대구 동을(유승민 의원), 인천 남을(윤상현 의원)과 광주 광산을, 북을 등 4곳은 아직 미정이다.

단수추천은 당헌당규상 ‘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 굳이 경선을 치를 필요 없이 본선에 직행하도록 만든 조항이다. 이 위원장은 이 조항의 취지를 무시하고 여론조사 지지율이 밀리는 대구의 ‘진박’ 후보들을 내리꽂는 데 활용했다. 류성걸 의원에게 지지도가 밀렸지만 단수추천을 받은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 조항의 최대 수혜자였다. 정치적 소수자 배려를 내세운 우선추천 조항도 실제로는 이한구 위원장이 박 대통령 눈 밖에 난 의원들에게 내리꽂는 비수가 됐다. 서울 용산과 대구 수성을이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됐고, 두 지역의 진영, 주호영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는 “이번 공천은 상향식이 아니라 하향식이다. 시스템이 아닌 개인에 의한 공천임을 보여줬는데, 제대로 된 공당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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