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오른팔’ 마케팅 안먹혀
예상 뒤엎고 서초갑 이혜훈 공천
보복공천 논란도 일부 영향
예상 뒤엎고 서초갑 이혜훈 공천
보복공천 논란도 일부 영향
새누리당 4·13 총선 공천에서, 위에서 내리꽂는 ‘단수·우선 추천’이 아닌 상향식 여론조사 경선에서 가장 대조적인 성적표를 받은 이는 김재원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이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근혜계 핵심인 김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한 반면, 친박계에서 “절대로 살려둬선 안 된다”고 벼르던 비박계 이혜훈 전 의원은 경선 덕에 본선행 티켓을 쥐었다. ‘진박’(진실한 친박)도 경선에선 잘 통하지 않은 것이다.
‘원조 친박’이었던 이혜훈 전 의원은 20일 오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경선 결과, 서울 서초갑의 후보가 됐다. ‘진박’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패배했다. 경제통인 이 전 의원은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맞서다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가 됐다. 유승민 의원과도 가까운 그에게 친박계는 공공연히 “이혜훈에게 공천을 줘서는 안 된다”며 악감정을 드러내왔다. 이 전 의원은 “재선을 포함해 12년간 어떤 정치를 해왔는지를 지역에서 믿어준 결과”라고 했다. 보복 공천 논란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천 파동 이후 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이 ‘새누리당 정신차려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전날에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친박계 핵심인 재선의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이 초선 김종태 의원(상주)에게 경선에서 지는 이변이 벌어졌다. 두 지역구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인구 미달로 합쳐지며 현역 의원끼리 경선에서 맞붙었다. 군위·의성·청송 유권자(9만5200여명)가 상주 유권자(8만7560여명)보다 많지만, 김재원 의원 고향(의성)이 아닌 군위(2만1900여명)·청송(2만3700여명) 쪽의 응집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였던 김재원 의원은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구호로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지역 유권자들에게 다가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종태 의원은 “대통령을 좋아하는 지역이라도 유권자는 영리하다. 대통령 오른팔 마케팅이 중앙정치, 하향식이었다면 나는 바닥민심을 얻어가는 상향식이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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