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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10표차 탈락…‘로또식 여론조사 경선’ 폐지론 번져

등록 2016-03-20 21:02수정 2016-03-20 21:02

허점 드러낸 여론조사 경선

후보 공약·자질 모른채 ‘꾹’
통신 장애등 기술적 한계로
번호누락·중복전화도

학계·여론조사 전문가등
“참고 자료를 결정적 지표로 써
정당 책임성 약화” 지적
# 더불어민주당의 경기도 고양을 경선 1차투표 결과는 송두영 35.21%, 정재호 34.29%, 문용식 33.62%였다. 유효 투표수는 1630표였다. 신인 가산점을 받은 정재호 후보가 문용식 후보를 10.8표 앞서 결선에 진출했다.

그런데 유권자들 가운데 “1차 투표에서 전화를 안받았는데 결선 투표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30여명 나타났다.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차와 결선 모두 통신사에서 넘겨받은 5만명의 안심번호로 여론조사를 했다.

문용식 후보는 재심을 신청했지만 재심위원회는 “혹시 1차 투표에서 유권자들이 누락됐더라도 문용식 후보 지지자들만 누락됐을 수는 없기 때문에 경선의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며 기각했다. 1차 투표에서 유권자가 집단으로 누락됐는지 여부는 통신사의 기록을 살펴야 알 수 있다. 통신사 기록 확인은 압수수색영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문용식 후보는 여론조사회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법원에 후보자 추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 새누리당의 강원도 속초·고성·양양 경선에서 이양수 후보에게 패배한 정문헌 의원은 중복전화의 증거를 공개했다. 양양읍에 거주하는 제보자에게 여론조사 전화가 같은 발신번호로 네 차례나 걸려왔고 부재중 두 차례를 빼고 나머지 두 차례는 조사원과 통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정문헌 의원은 새누리당에 경선 여론조사 원천무효와 재심사, 재경선을 요구했다. 또 법원에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접수시켰다.

20대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을 위해 각 정당이 전면 도입한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이 숙의민주주의 실종이라는 본질적 문제점과 통신장애 등 여러가지 원인에 의한 기술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학계와 여론조사기관, 각 정당 선거관리 담당자들 사이에 여론조사 경선 폐지론이 번지고 있다.

20일 현재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은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식으로 대부분의 경선을 마무리지었다. 새누리당은 2개 여론조사 기관에서 1000명씩 전화 여론조사를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마다 5만명에게 전화를 걸어 경선을 했다. 국민의당은 일부 지역에 숙의배심원제를 도입했지만 나머지 선거구는 1400명씩을 상대로 여론조사 경선을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여론조사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므로 의사 표현에 따른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반면 투표는 자신의 한 표가 승자 결정과 같은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며 “여론조사를 중요한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삼아선 결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각 지역에 지배적인 정당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여론조사 경선은 결국 여론조사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참고 자료가 결정적 자료로 사용되어 정당의 책임성이 약화된다”고 비판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도 “정당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정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맞는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후보의 공약이나 경력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다.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여론조사소위 위원장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전화로 두 개의 이력을 불러주고 유권자에게 후보를 선택하라는 것은 참 무리한 요구”라며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출신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기는 등 신인들의 국회 진출이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종희 부총장의 비판은 상향식 경선에 부정적인 ‘친박’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여론조사 경선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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