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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진영 바꾼 진영에 “배신” “소신” 팽팽…그 틈 파고든 황춘자

등록 2016-04-05 21:16수정 2016-04-05 21:54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각당 후보자들이 4일 지역을 돌며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곽태원 국민의당 후보, 정연욱 정의당 후보.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각당 후보자들이 4일 지역을 돌며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곽태원 국민의당 후보, 정연욱 정의당 후보.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13 총선 격전지 르포
서울 용산

4일 오전 용산구 이촌역 4번 출구 앞. 재향군인회와 의용소방대 소속 주민 30여명이 정기 교통지도 캠페인을 하기 위해 모였다. 20대 총선에 용산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63) 후보가 이들에게 다가와 묵직한 목소리로 “1번 황춘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육군 대위로 전역한 경력이 있는 황 후보에게 한 향군 회원은 “내가 해병대 출신입니다”라며 다가와 거수경례를 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황 후보는 이날 서계동 재개발추진위원회, 원효1동 충청향우회 등 지역 소모임을 돌며 “용산 발전을 위해 도시컨텐츠연구소를 설립하고 공부를 많이 했다. 저는 40년간 일만 했다. 일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홍보했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는 200미터 떨어진 대로변에서 수행원 없이 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진 후보는 차분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2번 진영입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공천 배제에 불복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더민주로 옮긴 진 후보에게 “고생하십니다”라고 격려하기도 하고 “싸우지 말고 경제 좀 살려주세요”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17대 총선부터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현역 의원이지만 당적을 옮겼기 때문에 자신을 새롭게 알려야 한다. 진 후보는 이촌동·원효동·문배동·후암동 일대를 걸어다니며 주민들을 직접 만나 “초심으로 돌아가 발전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용산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여군 대위 경력 새누리 황춘자
“진, 배신하고 반대당 간 사람”

공천배제 당하고 당 옮긴 진영
“권력 독선 굴복않겠다는 항거”

안철수 특보 국민의당 곽태원
“내가 정통 야당후보”

“용산에서 18년” 강조 정연욱
“부자정당말고 정의당 찍으세요”

흙수저 표방 민중연합당 이소영
“청년 위한 정치 기회 달라”

서울 용산은 이번 총선에서 ‘배신 대 소신’ 싸움으로 주목받고 있다. 3년 전 청와대가 대선공약이던 기초연금 정책을 후퇴시키려 하자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진 후보는 이에 공개 반대하고 사퇴했고, 결국 3년 뒤 20대 총선 공천 배제로 이어졌다. 탈당 초기 여론조사에서는 진영 후보가 황춘자 후보를 앞섰으나 최근 역전되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황 후보는 진 후보를 향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탈당해 반대 당으로 간 사람이다. 20여년간 한솥밥을 먹은 당원과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정치인은 최소한 도덕윤리에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진영 후보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관직을 걸고 대통령께 직언을 했던 소신 행보를 문제삼아 당이 나를 공천 배제했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의 독선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항거”라고 맞받았다.

주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동부이촌동에서 만난 김창기(83)씨는 “새누리당도 진박이니 비박이니 패싸움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진영도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지 더민주로 간 건 더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윤아무개(50)씨도 “주민들 위한 일은 별로 한 게 없고 본인 밥그릇 챙기기만 했다”고 말했다.

반면 백아무개(53)씨는 “평소 인물 보고 찍는데, 진영 의원은 소신이 있다. 진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서 황 후보에 비해 영향력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양아무개(35)씨는 “주민 의견이 극과 극이다. 진 후보가 불쌍하다는 사람도 있고 야당으로 간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동부이촌동은 비판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나왔던 진영 후보는 52.4%를 얻어 당선됐는데, 이촌1동에서는 68.1%나 지지를 받았다.

용산구를 세로로 지나는 철도를 건너 서쪽으로 넘어가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청파동·효창동 일대는 젊은이가 많이 모여 살고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19대 총선 때 청파동에서 진영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1.8%에 그쳤다. 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고 야당을 선택한 것은 야권 지지자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파동 주택가에서 만난 김아무개(40)씨는 “진 의원이 장관직을 사퇴하는 모습과 그 뒤에 온 장관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 보고 (진 의원에 대한) 믿음이 가더라. 황 후보는 새누리당이 진 의원을 밀어내고 세운 사람이어서 별로다”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근처에서 만난 김지영(23)씨는 “여당은 보여주기식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싫고, 청년을 위하는 공약을 보면 더민주가 좀 더 낫다. 2번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 때문에 ‘황춘자 대 진영’ 싸움이 주목받고 있지만, 다른 야당 후보들도 열심히 뛰고 있다. 국민의당 곽태원(59) 후보는 이날 아들(29)과 함께 지역을 돌았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라는 인사말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책특보인 곽 후보는 현재 1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곽 후보는 “진영 의원이 더민주로 갔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정체성은 동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노동위원장을 역임한 내가 정통 야당후보”라며 “새누리당과 진영 의원으로는 용산의 미래가 없다. 1·2번에 불만을 가진 바닥민심이 20% 정도는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연욱(47) 후보는 “미래에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4번 찍으십시오” “1·2번 똑같죠?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부자정당 말고 정의당 찍으세요”라며 유세하고 있다. 정 후보는 “용산에서 18년 살면서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생협 활동 등 지역운동을 해와 바닥민심을 잘 안다. 작은 정당이 지역 현안을 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흙수저당 등 4개 소수정당이 뭉친 ‘민중연합당’의 이소영(29) 후보는 4월에 결혼해 용산에 신혼집을 차린다며 면사포를 쓰고 유세를 해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후보는 “편의점·피시방 등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을 찾아가 기성정치가 아니라 청년들이 청년을 위하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전을 벌이는 용산구도 결국은 부동층과 정치 무관심이 변수다. 용산구는 최근 5차례 총선에서 모두 서울 평균 투표율보다 낮았다. 이날 후보들의 유세차량이 지나가자 “시끄럽다”며 화를 내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총선 얘기를 꺼내자 “할 말 없다”며 자리를 뜨는 이도 있었고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이도 있었다. 유아무개(66)씨는 “그 당도 그 당도 똑같다. 바꿔도 봤는데 마찬가지더라. 이번에 또 바꿔도 똑같지 않냐”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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