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광주광역시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씨와 함께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광주를 찾아, 호남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에서 물러나고 2017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민주가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밀리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정치적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투표일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문 전 대표의 이런 승부수가 그동안 싸늘했던 호남 표심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광주 충장로에서 ‘거리 기자회견’을 열어 “(호남에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며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저는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를 자극할까 우려해 문 전 대표의 호남행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문 전 대표는 오히려 이날 광주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는 “호남 분들의 전폭적 지지를 밑거름 삼았던 제가 여러분에게 한번도 제대로 승리의 기쁨을 돌려드리지 못했다”며 “못난 문재인이 왔다. 여러분에게 직접 야단을 맞고, 직접 질타를 듣기 위해서, 안 된다는 당을 설득해 이제야 왔다”며 몸을 낮췄다. 문 전 대표는 이어 “더민주는 새로운 인재들로 다시 태어났다. 호남 기득권 정치인의 물갈이를 바라는 호남의 민심에 우리 당은 호응했다. 이분들에게 일할 기회를 달라”고 더민주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으론 국민의당을 겨냥해 “호남 민심을 왜곡해서 호남을 변방에 가두어두려는 분열적 정치인들에 대해 여러분은 강한 교체 의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더민주 후보들을 통해 그런 구시대적 분열적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또한 참여정부와 자신이 호남을 홀대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데 회견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저에게 덧씌워진 ‘호남홀대’, ‘호남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두어주시라. 그 말만큼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저와 당과 호남의 분열을 바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주시라. 그것만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전망이 엇갈렸다. 한 당직자는 “문 전 대표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였으니 호남 유권자들이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당직자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너무 늦었다. 호남의 문재인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효과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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