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및 수도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사진부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마지막까지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이정우 강창광 이정아 기자 woo@hani.co.kr
선택 4·13 ‘거물’ 명운 걸린 지역구
4년 임기의 국회의원 300명(비례대표 포함)을 새로 뽑는 4·13 총선은 주요 정당들의 의석 점유율로 1차적 승패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개별 인물 싸움의 결과 또한 당사자들의 정치적 미래는 물론 향후 정치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총선은 내년 12월 대선으로 가는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성적은 대선 후보 지형과 지역구도의 균열, 진보정당의 생존, 당내 역학구도 등에 큰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종로·노원병·수성갑·세종·전주병 오세훈·안철수·김문수·김부겸·이해찬·정동영 운명갈려
■ 대선판 미리 보여줄 거물들의 운명은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는 새누리당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세균 의원이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이기 때문에, 일합을 겨루는 당사자들의 향후 정치적 위상도 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6대 국회의원과 민선 4·5기 서울시장을 지낸 오 전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 소속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어, 이번에 당선되면 대선주자로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원내대표, 두차례 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정 후보 또한 종로에서 두차례 당선에 성공할 경우 중량감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대권주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선거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안 대표가 의원직 수성에 실패하면 내년 대선 도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선거 초반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와 접전을 벌이다 최근에는 우세한 방향으로 격차를 벌린 상태다.
대구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성갑은 ‘티케이(TK)의 적자’라는 정치적 발판을 노린 새누리당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지역구도 타파’를 내걸고 두번째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의 맞대결로 선거전 내내 관심을 끌어왔다. 두 사람은 경북고-서울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김부겸 전 의원은 승리할 경우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에 균열을 낸 정치력을 인정받으며 곧장 야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들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지사 또한 승리하면 대권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당장은 ‘텃밭에서의 힘겨운 승리’의 후유증부터 털어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된다. 최근의 여론조사들에서는 줄곧 김부겸 전 의원이 앞서왔다. 새누리당의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또한 당선 뒤 대선주자군에 들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에서는 중진 이해찬 후보의 정치생명이 걸려 있다. 공천 탈락 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이 후보는 이번에는 ‘2번’이 아닌 ‘6번’을 달고 무소속으로 7선에 도전한다.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를 이길 경우 공천 배제와 탈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7대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북 전주병 후보에게도 이번 선거는 중요하다. 선거 기간 내내 접전을 벌인 더민주 김성주 후보를 넘어서야만 정 후보의 표현대로 “부활”할 수 있다. 정 후보는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문재인을 재신임하느냐, 정동영을 부활시키느냐의 선거”라고 밝힌 바 있다.
창원성산·고양갑 노회찬·심상정…진보정당 긴긴 ‘부활의 꿈’이 여기에
■ 진보정당의 생존과 미래 진보정당의 전·현직 지도부가 출마한 경남 창원성산과 경기 고양갑은 소수정당 정의당이 당선권을 바라보는 몇 안 되는 지역구다. 애초 목표 의석인 두자릿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녹록지 않다.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회찬 전 대표가 출마한 창원성산은 전통적인 노동자 밀집지역이다. 17·18대 때 권영길 의원이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을 만큼 지역 분위기는 진보정당에 우호적이다. 이곳에서 노회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텃밭 탈환’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노 후보가 이곳에서 당선되면 진보정당으로선 전통적인 ‘동남벨트’ 복원을 위한 거점을 마련하게 된다. 노 후보 개인으로선 삼성 비자금 녹취록 공개로 유죄 판결을 받고 19대 의원직을 상실한 뒤 3년 만에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현직 당대표인 심상정 후보가 지역구 재선을 노리는 고양갑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가 걸림돌이다. 4년 전 19대 총선 때는 심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개표에선 170표 차로 겨우 이겼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전에 나온 여론조사에선 심 후보가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를 몇 차례 앞섰지만 대부분 오차범위 이내였다. 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의당은 수도권에 처음으로 ‘재선 지역구’를 갖게 된다. 심 대표 역시 진보정당의 첫 3선 의원으로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부상할 조건을 갖추게 된다.
김해갑·을 야 ‘PK 옹달샘’중 하나…‘노무현 적통’ 원내진입 관심
■ PK(부산·경남)에 균열 커지나 경남 김해갑·을은 부산·경남 지역 가운데 야권에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승부처다. 4년 전 총선에서 부산과 함께 묶여 불었던 ‘낙동강벨트 바람’이 거세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표밭을 갈아온 후보들의 인지도가 쌓이면서 기반이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김해갑에선 현역 의원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의사 출신의 홍태용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었다. 민 후보는 2012년 총선에선 김정권 새누리당 의원에게 989표 차(1.19%포인트)로 신승을 거뒀다. 지난 6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홍 후보가 상승세를 타는 와중에 민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가는 흐름이다.
김해을은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으로 씨름선수 출신인 이만기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더민주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김 후보는 4년 전엔 김태호 후보에게 4.23%포인트 차로 졌지만 이번 선거 여론조사에선 이만기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여유롭게 누르고 있다. 김 후보가 원내에 진입할 경우 노 전 대통령의 적통을 잇는 ‘원조 친노’의 등장이란 의미도 지닌다.
대구동을·동갑·북갑·밀양 유승민계 생환 얼마나…친박패권공천 후폭풍 가늠자
■ 대구 ‘친유승민 연대’ 성적은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에서 새누리당 탈당 무소속 후보자들의 성적은 ‘친박 패권 공천’ 후폭풍의 크기를 재볼 수 있는 가늠자다. 향후 여권 내 권력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변수다.
새누리당의 공천 지연 작전으로 후보 등록일 직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무공천 관철로 사실상 당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 의원은 오히려 함께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측근들인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의 ‘동반 입성’ 성적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류·권·조 의원은 각각 새누리당의 정종섭, 정태옥, 엄용수 후보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에서 추경호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무소속 출마한 구성재 후보의 성적도 주목된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주호영 후보가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를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앞섰다.
이들의 생환은 곧 친박계 주도의 공천이 실패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새누리당 내부에 책임 공방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여권 내 헤게모니를 쥐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유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무소속’ 당선자들이 복당하기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황준범 이유주현 이세영 송경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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