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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역풍 맞은 ‘선거의 여왕’…박 대통령, 레임덕 가시화

등록 2016-04-13 23:28수정 2016-04-14 02:14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4·13 총선

야당심판론 제기 ‘선거개입’했지만
‘진박마케팅 반감’ 극복 못해

노동법 개편 등 국정동력 상실
수직적 당청관계 변화 불가피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할 만큼 ‘정권 심판론’이 분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에 접전 지역을 방문하고 선거 전날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는 등 깊숙이 개입했으나, 공천 파동과 ‘진박(진실한 박근혜계) 마케팅’ 등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여당 장악을 통한 국정운영 동력 확보 역시 불투명해졌다.

박 대통령은 13일 오전 서울 청운동 투표소에서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재킷을 입고 투표했다. 전날 “민생 안정과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야당 심판론’을 제기한 데 이어 선거 당일까지 새누리당에 대한 ‘무언의 지지’를 호소한 셈이다. 이번 총선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과 박 대통령의 ‘야당 심판론’이 맞붙은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박근혜 정부의 독선과 경제 실정을 정조준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누비며 ‘창조경제’ 행보 및 ‘진박’ 후보 측면지원으로 맞불을 놨다. 또 박 대통령은 노동관계법 등 강력히 추진해온 ‘관심 법안’ 국회 처리가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자, 지난해 말부터 주요 회의석상에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게 해달라”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왔다” “20대 국회는 확 바뀌어야 한다” 등 사실상 야당을 표로 응징해달라는 주문을 해왔다. 청와대는 애초 새누리당 공천 잡음의 역풍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고 우려했으나, 보름여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만회될 것이라는 ‘낙관’을 이어갔다. 또 청와대 내부적으로 과반 달성은 무난하다는 기류가 있었으나 이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여소야대 국회가 현실화할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노동관계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 및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할 동력도 급속히 약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식물국회’의 주범으로 지목한 국회선진화법 개정 역시 불투명해졌다.

특히 공천 과정의 극심한 갈등이 이번 결과를 가져왔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당청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친박계의 총선 책임론이 대두되면, 친박계 지도부를 내세워 수직적 당청관계를 이어가려는 애초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내 비박계가 주류를 이룰 경우 주요 정책에 대한 여당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음 총선에서 의원들에게 공천을 주는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닌 미래 권력이다.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되면서 여권이 급속히 미래 권력 창출 논의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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