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관계자 “최씨 재단직원 모집 등 설립 주도
블루K가 K스포츠 자회사라며 일감줘라 요구”
“최순실, 박대통령 연설문까지 손봐” 일부 보도
최순실씨가세운‘(주)더블루케이’(TheBlueK Co.,Ltd)사무실이입주해있었던 서울강남구청담동건물 벽에 이 회사의 명판이 떼어진 흔적이 남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청와대가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사실은 최씨가 청와대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19일 <한겨레>가 미르와 케이(K)스포츠 재단의 전·현직 관계자들을 접촉한 결과, 최순실씨는 두 재단의 설립과정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들은 최씨가 재단에서 일할 이사나 직원들을 모집할 때 “재단이 체육과 문화에서 두 개가 만들어지는데 어느 쪽에서 일할지는 나중에 결정해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들을 채용한 뒤에도 “보안이 중요하다. 은밀하게 해야 한다.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는 재단의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서는 “브이아이피(VIP)의 관심 사항이다. 나라를 위해 애써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브이아이피는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통 대통령을 뜻한다. 그러고 나면 실제로 재단의 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나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로 이어졌다고 재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케이스포츠재단의 돈을 빼돌리는 창구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더블루케이(The BlueK)에 대해서도 최씨는 “블루케이의 블루는 청와대를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관계자들이 증언했다.
이날 <제이티비시>(JTBC)는 최씨의 측근이자, 더블루케이의 이사를 맡았던 고영태(40)씨의 말을 인용해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보는 일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씨는 “최순실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것, 유일하게 잘하는 건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이라며 “연설문이 문제가 되면 자기가 고쳐놓고 애먼 사람 불러다 혼냈다”고 말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 사적인 관계를 넘어 박 대통령의 공적인 연설문 작성에까지 관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씨는 최씨가 실제 소유주인 더블루케이의 한국법인과 독일법인에 나란히 이사와 관리자로 이름을 올려놓은 인물이다.
최순실씨는 더블루케이의 성격에 대해 ‘케이스포츠재단의 자회사’라고 설명하며, 재단의 일감을 더블루케이로 몰아줄 것을 재단 쪽에 요구했다. 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거둔 288억원을 더블루케이로 옮기기 위해 애초부터 재단은 ‘모회사’, 더블루케이는 ‘자회사’의 구조를 가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법인인 케이스포츠재단이 수익사업을 하면서 영리법인이자 자회사 격인 더블루케이에 사업을 위탁 운영하려 했던 것이다. 실제로 케이스포츠재단 정관을 보면 제6조에서 “재단은 제5조에 규정한 목적사업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그 본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관의 5조는 “종목별 인재 양성, 인재 발굴 국가대표 선수로 양성 및 지원사업, 국제 체육교류 사업…”을 거론하고 있다. 더블루케이는 누리집에서 밝힌 사업분야로 “체육분야 우수인재 발굴 및 양성” 등을 제시하고 있어 케이스포츠재단의 업무와 사실상 겹친다.
이와 관련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8일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 질의에서 “미르, 케이스포츠 두 재단 설립이 ‘대통령의 뜻’인지 대통령께서 직접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의겸 류이근 기자 kyummy@hani.co.kr[언니가 보고 있다 38회_‘도망자’ 최순실 턱밑까지 추격했다] [디스팩트 시즌3#24_최순실 딸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의혹 총정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