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단독] 최순실 “언니 옆에서 의리 지키니까 이만큼 받잖아”

등록 2016-10-25 19:06수정 2016-10-26 13:45

TV조선이 25일 공개한 최순실씨 관련 영상.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 및 의상을 챙긴 것과 청와대 관료가 최씨의 일을 돕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사진은 순방 의상을 준비하는 최씨. 2016.10.25 TV조선 캡처/연합뉴스
이성한 미르 전 사무총장 인터뷰

"청와대서 지시하는 게 아니라
재단에 이게 어떠냐며 의견 물어
대통령보다 높은 사람이 최순실

최씨 등 비선 모임 참석자들
장관 만들고 안 만들고 하는 사람
김종 차관은 낄 급이 아냐
사무총장 때 청와대와 계속 상의"
“언니”라는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지난 9월18일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춘천에 있는 집과 서울 논현동 미르재단 사무실을 오가면서 이용했던 카니발 차량 안에서였다. 이 전 총장은 녹취에 등장하는 인물이 최순실씨라고 했다. 최씨는 스스럼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언니라고 불렀다.

“사람은 의리가 필요해. 그런데 차은택은 지금 저만 살려고 하잖아.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지금까지 언니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이만큼 받고 있잖아.”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의리를 지켜, 비선실세로서 여러 권력을 얻게 됐다는 취지를 계속 강조했다. 최씨는 이어 “차은택은 아직 갈 길이 먼데, 얘가 벌써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애가 이상해. 우파 좌파 왔다갔다 하고 이상해. 고 대표 안 그래?”라고도 말했다. 최씨는 교묘하게 차씨를 등장시켰다. 충성을 하면 보상이 뒤따른다는 훈계와 동시에 자신의 뜻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협박도 섞였다. 이 녹취록엔 최씨와 이 전 사무총장, 그리고 최씨 측근 고 대표(고영태씨)가 등장한다. 미르재단의 문제가 최초로 불거진 뒤인 지난 8월 최씨가 그를 회유하려는 내용 중 일부다.

-최순실씨와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였나?

“대통령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다. 최순실이다. 이름을 바꿨으니 최서원이다.”

-박관천 경정이 말했다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인가?

“나는 거기에 90% 동의한다. 수렴청정이라고 해야 하나. 불순한 말인지 알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권력서열 수위에 최순실씨를 놓은 것은 이 전 총장만이 아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된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또한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권력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씨와 차은택씨와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최순실은 대통령과 밀접한 사람이다. 그 밑에 차은택이 있다. 최순실, 차은택 두 사람의 관계가 수평적인 구조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수직적인 관계라고 보면 된다. 차은택이 재단의 이사장과 이사들을 추천했지만, 힘에서 최순실과의 격차는 아주 크다. 그리고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최순실과 차은택은 서로 적이 되려야 될 수 없는 관계다. 서로 얽혀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차씨와 당신과의 관계는?

“나와 차은택과는 수직적인 구조도 아니다. 내가 차은택을 노량진 현대화시장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차은택이 나한테 국가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데 내 역량이 필요하다고 해서 (미르재단으로) 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내가 사무총장 하면서 청와대와 계속 상의해서 사업을 진행했다. 여러가지를 했다. 재단 일의 경우 정부 부처에서 키를 쥐고 있는데, 모든 재단이 정부와 함께 일하기를 희망한다. 사실 그게 어마어마한 기회다. 민간재단이라는 게 정부와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호재인데, 청와대랑 일했으니….”

최씨와 차씨를 중심에 둔 얘기는 자연스럽게 비선 모임으로 흘러갔다.

-최씨는 비선 모임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최순실은 (청와대 등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회장님으로 불렸다. 차씨가 그렇게 불렀고 나도 그렇게 따라 불렀다. 사실 최씨는 대화 상대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큰 사람이다.”

-모임 분위기는 어땠나?

“(지금 생각해보니) 최순실이 얼마나 영향력이 대단했는지 실감이 난다. 사실 나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날 때) 깍듯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바쁠 때, 뭔가 논의를 하거나 보고할 게 있을 때는 늘 (청와대에서 재단에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이것은 어떠냐는 식으로 우리(미르) 쪽 의견을 물었다.”

-비선 모임의 참석자는 어떻게 구성됐나?

“세 명을 기준으로 조금 늘어나는 수준이었다. 최순실 쪽 사람도, 차은택 쪽 사람도 있었다.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지위나 명망보다는 최씨나 차씨와의 친소관계가 모임의 성격을 좌우하는 듯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실세로 불리며 케이스포츠재단 설립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 제2차관의 참석 여부를 묻자 “김종 차관은 낄 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비선 모임에는 언제까지 참석했나?

“나는 사실 4월4일 이전부터 어떤 이유를 대고서라도 가지 않으려고 했다. 대화 수준을 보면, 어떤 때에는 내가 왜 이런 데에 있는지 싶은 모멸감이 들 정도였다.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싫었다. 나의 태도가 이러니 당연히 거리가 멀어졌다. 그때부터인가, 주변에선 내가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최씨를 따로 만난 적은 있나?

“주로 차은택과 세 명이 만났다.”

-어떻게 만났나?

“최순실이든 나든 일이 있을 때 만나자고 연락을 하면 최순실이 직접 찾아왔다. 논현동에서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화를 하고 나서 만나기로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미르재단 사무실까지 바로 왔다. 걸린 시간을 따져보면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6월29일 그만둔 뒤 최씨를 만난 적은 있나?

“개인적으로 만났다. 그때는 이미 차은택에게 여러가지를 녹취해왔다고 얘기한 상태였다. 아마 최순실 입장에서는 열심히 해서 재단을 만들어 놨는데 잘못하면 큰일이 나겠다 싶었던 것 같다. 나를 만날 때 녹음을 하는지 늘 검사했다. 차은택이 검사하든 누가 하든 만나면 검사부터 했다. 약속 장소도 변경해가면서 만났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언제인가?

“8월19일이다. 그때 만나서는 최순실이 한시간 동안 거의 혼자 떠들었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씨에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최씨에 대해 “대화 수준이 맞지 않는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최씨는 모임에서 직접 지시를 하거나 그러지 않았나?

“최씨는 디렉션(지휘)을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사실 디렉션을 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비선 모임에서 최씨가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나. 사실 어떻게 보면 최씨와의 대화가 필요없다. 딱 주면 우린 금방 보고 나서 뭘 말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 어떤 사안에 대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이게 좋은 방안이라면서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아주 평범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 수준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계속 강조하는데.

“그런데도 그런 수준의 사람이 대통령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다.”

이 전 총장은 최씨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동시에 그런 최씨 앞에서 복종한, 아니 그런 최씨를 그대로 방치한 정부 쪽 인사들에 대한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최씨에 대해 보도된 내용들을 찾아봤다. 그런데 최씨의 역할은 지금까지 나온 내용 이상이다.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이 사람이 실제로는 더 큰 영향력과 개입을 했다. 나는 예전에는 정부 쪽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제 존경하지 않는다.”

하어영 류이근 기자 haha@hani.co.kr

[언니가 보고 있다 38회_‘도망자’ 최순실 턱밑까지 추격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탄핵소추 되고 보니 이제야 대통령이구나 생각 들어” 1.

윤석열 “탄핵소추 되고 보니 이제야 대통령이구나 생각 들어”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는…“안됐더라, 얼굴 형편없더라” 2.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는…“안됐더라, 얼굴 형편없더라”

윤 반발에…한덕수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 따라야” 3.

윤 반발에…한덕수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 따라야”

김건희, 윤석열 떠난 관저서 경호 받으며 산다 4.

김건희, 윤석열 떠난 관저서 경호 받으며 산다

“윤석열, 체포 전 샌드위치 10개 만들어…어쩜 그리 의연하실까” 5.

“윤석열, 체포 전 샌드위치 10개 만들어…어쩜 그리 의연하실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