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2011년 7월 공작 악용 방지와 문민통제를 위해 국방부 직할부대로 승격한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국방부 실무 부서의 감시·통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이버사를 ‘국방장관 직보 비밀조직’으로 재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사이버사는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에서 국방부 직할부대로 승격한 지 22일 만에 국방부 조정·통제 부서 실무자들과 직접 접촉으로 530단(심리전단) 등의 업무 비밀 유지가 어렵다며 조직 재편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5일 입수해 <한겨레>에 공개한 ‘C-사령부 부대운영(안) 보고’ 문건을 보면, 사이버사령부는 2011년 7월23일 “사이버전 극비업무 노출 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를 현안으로 꼽고 비밀조직 운영체제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530·550단은 사이버전 공작·작전 수행 부서로 최고의 은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사의 530단은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하고 550단은 사이버 공격(해킹)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부서다. 앞서 사이버사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1월 합참 정보본부 소속으로 창설됐으나, 공작정치 악용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2011년 7월1일에는 국방부 직할부대로 승격됐다. 하지만 사이버사는 그로부터 22일 뒤에 작성한 이 문건에서 “국방부 직할부대 승격 후 조정·통제부서 실무자의 530·550단 직접 접촉으로 거점 및 기밀업무 노출 가능성 농후(하다)”라고 주장했다. 사이버 ‘공격’ 업무는 국방부 국방정책실, ‘방어’ 업무는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댓글공작 부대인 530·550단은 국방부 조직의 통제 없이 일하겠다는 얘기다.
문건에서는 이 조직을 ‘장관→사령관→단장’으로 이어지는 ‘3단 지휘체계’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정보예산·사업은 수시 국정원 감사 수감으로 투명성 보장 중”이라며 국가정보원과의 유착 관계를 국방부 실무부서의 통제가 불필요한 이유로 대기도 했다. 또 이들의 공작을 뒷받침하는 전담 지원부서 신설도 요청했다. “공작 관련 대내외 협조 창구 역할”을 하고 “공작 인원·편제·사업 등 보호”를 전담하겠다는 것이다. 지원부서를 “일반조직으로 위장”해 “근무지 조회 노출 차단 등 대외 보안”도 강화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문건의 맨 마지막에서는 “승인해주시면 기밀유지하 작전에 진력하는 부대로 만들겠습니다”라며 기안을 마쳤다. 김관진 장관은 친필로 이를 승인했다.
국방부 장관만이 통제할 수 있는 ‘깜깜이 비밀조직’이 된 뒤 530·550단은 국내 선거와 정치에 개입하는 불법공작을 적극적으로 벌인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사는 2011년 1월8일부터 2012년 11월15일까지 국방부 내부망인 케이직스(KJCCS)를 통해 문재인·박원순·안철수·이효리·이승엽 등 유명인사 33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향과 광우병 시위 관련 동향 등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태스크포스(TF)’의 재조사로 드러난 바 있다.
김해영 의원은 “사이버사의 비밀조직과 이를 전담 지원한 조직 운영이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의 승인하에 이뤄졌다는 결정적 증거”라며 “댓글공작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김관진 장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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