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향한 대화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태도가 변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북한의 태도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3%가 “변했다”고, 34%가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대화 뜻을 밝힌 직후 갤럽이 실시한 조사(1월2~4일) 때 “북한이 변했다”는 응답(28%)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북한의 핵 포기 전망에 대해서도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1월 조사 때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90%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64%로 두 달 사이에 2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응답은 1월(6%)보다 16%포인트 증가한 22%로 집계됐다. 앞서 2014년 갤럽의 세차례 조사에서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7~11%에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는 지난해까지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꾸준히 증가해온 것과 견주면 극적인 변화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급진전하고 비핵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평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투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부터 매년 진행한 통일의식조사(성인 1200명 대상 면접조사)에서도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의견은 200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변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조사(7월3~28일)에서도 “북한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68.0%, “변하고 있다”는 응답은 31.9%에 머물렀다. 정근식 통일평화연구원장은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변화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이 발표되며 전쟁에서 평화로 방향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국민들 사이에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론은 주변국 정상들에 대한 호감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갤럽이 주변국 정상 다섯명 각각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북-미 정상회담을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24%)이 1위를 차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1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13%), 김정은 위원장(10%), 아베 신조 일본 총리(5%)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1월 조사 때는 시 주석(29%), 트럼프 대통령(25%), 푸틴 대통령(14%), 아베 총리(6%) 차례였다. 이 조사 때 김 위원장은 질문항목에 없었다. 갤럽은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낮다. 그러나 2013년 김 위원장 호감도 조사 진행 중에는 응답자 일부가 항의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5년 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6~8일 조사)보다 3%포인트 오른 74%로 나타났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